전국 산악구조 대원, 설악에 모였다
OSEN 기자
발행 2006.06.12 19: 53

“특별한 대가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앞자리에서 갈채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최선을 다 하는 여러분이 진정한 산악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산을 누비며 산을 찾는 이들의 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땀 흘리는 산악인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국내 최대의 산악인 단체인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회장 이인정)에 소속된 전국 산악구조대 합동훈련이 지난 10,11일 이틀 동안 설악산 장수대 일원에서 열렸다.
전국 산악구조대 합동훈련은 서울을 비롯, 전국 16개 광역시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악구조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 지난 1989년 북한산 인수산장 일원에서 첫 훈련이 열린 이래 올 해까지 해를 거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올 행사는 전국에서 240여 명의 구조대원들이 모였다. 모두 산에서는 한가닥 하는 전문산악인들이자 자기일 제쳐놓고 산을 찾는 이들의 안전과 구조활동에 귀한 시간과 정열을 쏟아 붓고 있는 봉사자들이다.
해마다 열리는 행사임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최근 들어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산악사고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등산인구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워킹만 즐기는 산행에서 벗어나 암릉(릿지)등반을 즐기거나 암벽등반을 즐기는 인구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북한산 국립공원과 수락산 등에서 특별한 안전장구도 갖추지 않고 암릉 등반을 즐기는 동호인들로 인해 해마다 사망, 부상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2005년 한해 동안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암릉등반 중 사망한 사고자만 10명에 이른다. 비교적 전문 등반가들이 즐기는 것으로 여겨지는(이마저도 최근에는 최소한의 교육과 경험 있는 동반자 없이 암벽등반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나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다)암벽 등반 도중 사망사고자가 같은 기간 3명인 것과 비교해 봐도 심각한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국의 산악구조대가 경찰구조대, 119 구조대 등과 함께 민관 합동으로 활발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물론 사고예방을 위해 안전시설물 설치, 시민안전등반교실 운영 등 사고예방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전국의 산악구조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선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기술을 교류하고 경험을 나누는 기회가 정기적으로 마련된다는 것 만으로도 큰 의의를 갖는 셈이다.
10일 국립공원 설악산 장수대 인근에 있는 야영장으로 속속 모여든 구조대원들은 이번 합동훈련을 주관한 강원도 산악연맹 내설악구조대(대장 최해근) 대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따듯한 환영을 받았다.
일단 시도별로 정해진 자리에 텐트를 치고 야영에 들어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편의를 위한 것일 뿐. 곧바로 전국의 ‘산쟁이’들은 텐트를 옮겨 다니면서 그 동안 자신들이 겪었던 경험담을 나누느라 밤이 깊어가는 줄을 몰랐다.
11일 아침 본격적인 합동훈련에 들어가기 전 그 동안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우수 구조대원들에 대한 시상이 있었다. 시상에 앞서 전국구조대원들의 수장격인 송열헌 대한산악연맹 안전대책 위원장이 간단한 격려사를 했다. 앞에 적은 말이 바로 송 위원장이 대원들에게 보낸 찬사다.
시상식에 이어 제주도 적십자 산악안전대에서 자신들이 최근 창안한 구조시범이 있었다. 위급상황에서 특별한 구조장비가 없을 때 배낭을 이용해 환자나 부상자를 수송하는 방법을 보여준 제주도 산악안전대 강성규 대장은 “타시도에서 실제로 훈련과 구조에 이 방법을 사용해 보고 다음 합동훈련에서 보완할 점을 논의해 보자”고 당부했다.
이어 대원들은 설악산 릿지등반, 암벽구조 훈련을 시작했다. 릿지등반은 내설악 미륵장군봉, 몽유도원도, 한계고성 등의 코스로 나뉘어 실시됐다. 전날밤부터 쏟아진 장대비 속에서도 대원들은 릿지등반을 하면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산악사고 상황에 대해 토의하고 구조방법을 토론하기도 했다.
이날 훈련의 백미는 서울시산악조난구조대(대장 김남일) 주도로 진행된 암벽구조훈련이었다. 암벽등반도중 일어나는 산악사고에 대비, 환자를 안전하게 수송하는 훈련이었다. 장소는 설악산 옥녀탕 휴게소 건너편에 있는 암벽이었다. 약 20m 높이에 있는 확보물을 이용, 가상 환자를 끌어 올린 다음(끌어올리는 과정도 훈련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부상자를 암벽위로 올려야 구조가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다시 안전하게 하산시키는 훈련이었다.
5명의 대원이 환자를 수송용 들것에 안전하게 고정시키는 방법, 로프를 이용해 환자를 끌어 올리고 다시 내리는 과정을 두 시간여에 걸쳐 시연했다. 물론 이 훈련 도중에도 비가 내렸지만 대원들은 비를 무릎 쓰고 훈련 전과정을 완벽하게 소화, 지켜보던 타시도 구조대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훈련을 이끈 김남일 대장은 “전국의 구조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훈련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교류에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실제 구조상황을 통해 습득한 경험과 기술을 함께 나누면 구조활동에 있어 표준을 만들 수 있고 또 전국구조대원들의 고른 자질향상을 꾀할 수 있다”고 합동훈련의 의의를 강조했다.
nang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