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반 시작되는 야간경기를 앞둔 수원구장 현대 코치실은 '이승엽 야구'보기에 한창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6시부터 시작되므로 6시반 경기 개시전까지 잠깐 쉬는 시간에 현대 코치들은 이승엽이 한 타석 정도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최근 현대 코치들은 습관적으로 이승엽 경기 TV중계를 지켜보던 중 정진호 수석코치가 "여기도 예전에 일본야구로 갈 수 있었던 사람이 있는데..."라며 말을 꺼냈다. 정진호 코치는 한국 프로야구 출범 전인 70년대말 일본 프로야구단인 롯데가 한국 시범경기를 갖기 위해 내한했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정코치는 "당시 장훈 씨 등이 왔는데 한국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가진 후 대표팀 유격수였던 김재박 감독님에게 일본 관계자들이 푹 빠졌다.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선수라며 데려가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때 감독님도 일본에 진출했으면 승엽이처럼 좋은 활약을 했을 것이다. 또 지금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이며 김재박 감독의 일본 진출이 성사되지 않는 것을 약간은 아쉬워했다.
함께 자리에 있던 김재박 감독은 정 코치의 말에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못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시진 투수코치도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김코치는 고교(대구상고) 졸업을 앞두고 동기생들인 최동원(경남고.현 한화 코치), 김용남(군산상고)과 함께 한국계로 알려진 요미우리 가네다 감독의 초청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훈련 캠프에서 합동 훈련을 가진 적이 있다면서 그때 가네다 감독으로부터 '일본에서 뛰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가네다 감독은 우리들의 투구를 보고는 일본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칭찬했다. 특히 빠른 볼과 커브 위력이 최고였던 동원이를 데려가고 싶어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이들 3명은 고교 졸업 직전 국가대표로 선발돼 대학시절 국제 무대서 대표팀의 주축 투수 3인방으로 맹활약했다.
이승엽이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며 일본야구를 주름잡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현대 김재박 감독과 김시진 코치는 자신들도 젊었을때 일본으로 진출했으면 어떤 결과가 생겼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옛날 얘기를 주고받다 시각이 6시 20분이 되자 김재박 감독을 비롯한 현대 코치들은 "야구하러 가자"며 자리를 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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