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패러디 이제 그만
OSEN 기자
발행 2006.06.15 09: 14

얼마 전 중견 탤런트 임채무가 2002 한일 월드컵 한국 vs 이탈리아전 바이런 모레노 주심을 패러디한 CF광고로 화제에 올랐다. CF광고 속 그는 모레노 주심이 그랬듯 엄격하고 절도 있게 “노(NO)!”를 외쳤지만 보는 이들은 폭소를 금할 수 없었다.
임채무의 CF광고는 단번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각종 포탈사이트의 인기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가 하면 패러디를 한 임채무 본인이 다시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유머러스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 패러디는 웃음을 유발하는 강력한 무기다.
너도 나도 죄다 패러디다. 특히 TV 브라운관의 웃음 코드는 패러디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왕의 남자’ ‘웰컴투 동막골’ ‘내 이름은 김삼순’ ‘궁’ ‘파리의 연인’ 등 TV와 스크린에서 인기를 모은 작품은 방송사마다 돌아가며 경쟁하듯 패러디를 해댔다. 웃음을 유발하는 동기가 패러디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도 그 폭이 좁혀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시트콤은 패러디가 자주 드나드는 단골가게다. 시트콤이 매회 다른 이야기를 다루는 방송 코미디다 보니 패러디가 손쉽게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시트콤의 묘미는 패러디 말고도 유머나 위트 등의 기발한 생각과 기술적 효과로 시트콤의 흥미를 돋울 만한 요소들이 많다. 시청자들은 패러디에도 흥미를 느끼지만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게 마련이다. 맛있는 음식도 자꾸 먹으면 질린다고 하지 않나.
좀 더 생각해볼 문제는 패러디에 대한 집착이 사고의 경직을 배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패러디는 히트를 한 작품이나 특정 장면을 코믹한 설정으로 각색해 풍자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온 많은 패러디물은 풍자적인 재미를 갖지 못했다.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기존 작품이라는 차려진 밥상 위에서. 차려진 밥상이기 때문에 당장은 이야깃거리에 대한 고민은 없지만 그 틀 때문에 상상력의 폭이 좁아진다는 한계가 생긴다.
종종 개그 프로그램에서 이용된 패러디 때문에 논란이 일곤 한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패러디는 시트콤과 달리 풍자적인 웃음을 유발하는 것도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그가 패러디에 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부정적이다. 또 그것 때문에 많이 사람들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도 반대다. 논쟁을 벌어질 정도로 패러디가 잘 먹히기 때문에 과잉 생산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패러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다양한 웃음을 즐기고 낯선 웃음이 주는 신선함을 맛보고 싶을 뿐이다. 맛있는 음식을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도록 적절한 패러디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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