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월드컵 광풍이 불었다.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이 52년만에 처음으로 안방이 아닌 원정경기에서 토고를 꺾고 승리를 거두자 대한민국이 들썩거렸다. 그리고 그 열풍은 프랑스전이 있는 6월 19일 새벽을 기다리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그 사이 축구광풍에 안방을 내줬던 미니시리즈들이 15일 밤부터 일제히 기지개를 켠다. 기대치가 예전만 못할 것이 분명하자 한층 강도 높은 갈등과 눈길 끄는 장면으로 무장하고 나왔다.
MBC TV ‘어느 멋진 날’(손은혜 극본, 신현창 연출)과 SBS TV ‘스마일 어게인’(윤성희 극본, 홍성창 연출)이 2회 편성으로 실지회복에 나선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 대표적인 수목드라마였던 두 작품이 목요일 2회 편성으로 밀려났다.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KBS 2TV ‘위대한 유산’(이숙진 김태희 극본, 김평중 연출)은 1회만 편성돼 미 방송된 수요일 방송분은 다음 주로 넘어 갔다.
‘어느 멋진 날’과 ‘스마일 어게인’이 월드컵 정면돌파형이라면 ‘위대한 유산’은 우회전략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수목드라마가 가장 경계해야 할 프로그램은 경쟁 드라마가 아니라 월드컵 축구이다.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KBS 1TV에서 독일월드컵 A조 예선 에콰도르-코스타리카 전을 중계한다. 그나마 우리 축구팬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경기이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시청률은 기대도 못할 뻔 했다.
그 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이 월드컵 일변도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빼앗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는데 15일 밤의 시청률 결과가 많은 것을 말해 줄 수 있다. 월드컵의 광풍 속에서도 드라마를 기다려 온 시청자들이 어떤 성적표를 만들어 줄 지 결과가 궁금하다.
‘어느 멋진 날’은 15일 방송분에서 중대한 국면 전환을 맞는다. 하늘(성유리 분)과 건(공유 분)이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효주(이연희 분)가 알게 된다. 건을 사랑하는 효주는 하늘을 경계하게 되고 셋의 관계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이러는 와중에 알려진 대로 건과 효주의 눈물겨운 키스신도 방영될 예정이다.
‘스마일 어게인’은 그 사이 색깔을 확 바꿨다. 여자 소프트볼 선수와 조향사라는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사랑과 성공 스토리를 담으려고 했던 애초의 기획의도를 접고 본격적인 멜로 드라마로의 전환을 꾀했다. 김희선 이동건 이라는 두 톱스타를 중심으로 이진욱 윤세아가 가세한 4각 구도의 멜로 드라마를 표명했다.
‘어느 멋진 날’에서도 동하 역의 남궁민까지 포함한 4각 구도가 만들어 지고 있고 ‘스마일 어게인’은 4각의 갈등이 첨예화 되고 있다. 갈등과 멜로를 부각하는 것 만이 월드컵에 심취해 있는 시선들을 끌어 올 수 있다는 계산의 결과물이다.
지상파 3사 간의 시청률 경쟁만도 버거운 판에 더 무서운 월드컵 광풍과 맞서 싸워야 하는 드라마 제작진의 노력이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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