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객, 올 아카데미 주요부문 수상작 외면
OSEN 기자
발행 2006.06.15 10: 17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부문 후보에 오른 사실만으로도 한국 시장 흥행을 보장받던 시절이 있었다. 올 해는? 후보는 커녕 주요부문 수상작들조차 한국관객들의 철저한 외면 속에 참패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78회 아카데미 주요부문 수상작 가운데 마지막으로 한국에 소개된 작품은 ‘카포티’로 지난달 25일 개봉했다. 미국의 천재작가 카포티를 연기한 필립 시모어 호프만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14일 현재 7200명(영화진흥위윈회 집계)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다른 작품들도 대동소이하다. 동양인 최초로 이안이 감독상을 수상하며 각색, 작곡 등 3개 부문을 휩쓴 ‘브로크벡 마운틴’(3월1일 개봉)은 기대가 남달랐던 영화다. 예술영화 전문 수입인 백두대간은 각별한 애정을 갖고 모처럼 다수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20만명을 턱걸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같은 동성애 코드의 한국영화 ‘왕의 남자’가 붐을 일으킨 직후여서 그나마 카우보이들의 사랑을 리얼하게 그린 이 영화가 무리없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대도시 LA의 다인종 문제를 그린 작품 각본 편집 등 또 하나의 3개부문 수상작 ‘크래쉬’(4월6일)가 14만명, 금발미녀 리즈 위더스푼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앙코르’(3월9일)MS 18만4000명, 조지 클루니의 남우조연상 수상작 ‘시리아나’(3월30일) 7만9000명, 레이첼 와이즈의 여우조연상 수상작 ‘콘스탄트 가드너’(5월4일) 2만6000명으로 부진을 면치못했다.
제작비를 많이 들인 수상작들은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렸다. 피터 잭슨의 ‘킹콩’은 올 아카데미 트로피를 품에 안은 영화 가운데 한국에서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4일 개봉해 350만명으로 짭잘한 수익을 거둔 것. 아카데미에서는 시각효과, 음향, 음향편집 등의 기술부문을 휩쓸었다. 장쯔이, 공리 주연으로 의상과 미술 부문 2관왕 ‘게이샤의 추억’(2월2일)이 87만명으로 ‘킹콩’에 이어 흥행 2위에 올랐다.
영화를 선택할 때 자신의 취향과 입맛을 강조하는 요즘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아카데미 수상작’이란 간판이 한국 관객들의 영화 고르기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mcgwire@osen.co.kr
‘브로크벡 마운틴’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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