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대행, "웃지 않으려면 2군 가라"
OSEN 기자
발행 2006.06.16 17: 58

"(이)성렬아 한 번만 더 당하면 3연타석 삼진이다."
지난 8일 잠실 삼성전 도중 양승호 LG 감독 대행은 2타석 내리 삼진을 당하고 들어온 이성렬에게 웃으며 외쳤다. 이성렬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또 다시 삼진을 당했다. 이날 기록은 5타수 무안타 4삼진. 다음날 이성렬은 변함없이 스타팅라인업에 포함됐다.
15일 마산 롯데전. 3-3 동점이던 4회초 1사 만루서 박경수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스퀴즈 번트 사인을 오판한 뒤 강공으로 밀어붙이다 찬스를 날렸다. 박경수는 다음날 곧바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위 두 사례는 요즘 LG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입증해주는 장면이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 뒤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쩔 수 없지만 지시를 잘 못 알아듣거나 열심히 하지 않으면 가차 없다.
양 대행 체제 이후 4연승 뒤 2연패한 LG는 확실히 달라졌는 얘기를 듣는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얼굴에서 부담이 사라졌다.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어지니 야구가 즐겁다.
16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양 대행은 LG가 최근 몇년간 기대에 못미쳤던 이유를 "욕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팬들과 주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꼭 좋은 결과를 나타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다보니 선수단 전체가 가라 앉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원인을 파악했으면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 법. 양 대행은 '죽어 있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운드나 타석에서 부진하더라도 자신이 먼저 농담을 건넨다. 자연히 덕아웃 분위기가 달라질 수밖에.
확실히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선수단 모두가 조금만 못하면 2군행을 걱정해야 했던 강박관념에서 해방된 듯한 분위기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면 결과에 상관 없이 기회가 또 주어진다는 사실을 선수들 스스로가 실감하고 있다.
이에 그치치 않고 양 대행은 선수단 내 의사소통 개선에도 팔을 걷어부쳤다. 양 대행 부임 후 잠실구장 내 LG 감독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코치이든 선수이든 건의 사항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와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언로가 트이면 신뢰감이 회복되고 그러면 그라운드에서의 플레이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겁니다. 경기에서 감독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10%에 불과해요. 그것도 기술적인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요즘은 선수가 코치보다 더 야구를 잘 알아요. 그저 마음 편안히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줄 뿐이지요. 그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코칭스태프 경력 12년째인 양 대행의 지론이다. 선수에게 믿고 맡기는 '신념의 야구'라고 볼 수 있을까. 그는 그렇지는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선수는 덕아웃에서 웃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 편히 야구할 수 있지 않겠어요. 웃지 않고 얼굴 찡그리려면 2군으로 가라고 얘기합니다"
오히려 '웃음의 야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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