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강추 대 비추'
OSEN 기자
발행 2006.06.17 11: 59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 월드컵 열기로 극장가 관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이번 주말 볼만한 영화 두편이 동시에 개봉했다. 휴 잭맨 주연의 블록버스터 시리즈 ‘X맨: 최후의 전쟁’과 조인성의 ‘비열한 거리’다.
두 영화의 대결은 여러 가지 점에서 관심을 끌만하다. 첫째는 5월부터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열기가 계속 이어질 지 수그러질 지의 여부다. 올해 블록버스터는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3’로 스타트를 잘 끊은 덕분에 ‘다빈치 코드’ ‘포세이돈’ 등 후속작들이 바람을 탔다. 한국에서의 1, 2편 흥행이 신통찮았던 'X맨'이 이번에는 강한 자신감을 안은 배경도 이 때문이다. 주연배우 휴 잭맨까지 영화 개봉에 맞춰 한국을 방문, 붐 조성에 나섰다.
이에 맞설 ‘비열한 거리’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이다. 관객층이 한정되기 쉬운 범죄 누아르 영화인데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뒷골에 싸늘한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은 흥행에 자칫 독이 될수도 있다.
그러나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탁월한 이야기 솜씨를 뽐낸 유하 감독은 이번에도 제대로 된 작품 하나를 완성했다. 2시간 20여분의 긴 상영시간이 숨가쁘게 지나가며 관객들을 스크린에 몰입시키는 연출 감각을 뽐냈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주연배우들의 망가진 연기로 웃음을 끌어내려는 3류 코미디 영화에 식상했던 한국영화 팬들에게는 좋은 활력소가 될 작품이다.
(두 작품 외에는 마땅히 소개할 영화가 없는 공급 비수기여서 비추는 건너뜁니다.)
♢강추 1.
감 독 : 브랫 래트너
주 연 : 휴 잭맨, 할리 베리, 이안 맥케런, 팜케 얀센
개 봉 : 5월15일
등 급 : 12세 관람가
시 간 : 104분
돌연변이(뮤턴트)들의 자기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깊게 깔려있던 1, 2편의 깊이는 사라졌다. 감독이 브라이언 싱어에서 브랫 래트너로 바뀐 때문이다. 대신에 더 크게 깨고 부수고 싸우는 블록버스터식 액션의 비중이 늘어나서 쉽게 보고 즐기기에는 적당하다. 미국 흥행에서는 개봉 첫주 ‘미션 임파서블3’와 ‘다빈치 코드’를 압도하는 1억 4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돌연변이를 정상 인간으로 되돌리는 치료제 큐어 개발이 3편 스토리의 핵심이다. 인간과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사비에르 교수(패트릭 스튜어트)와 열등한 인간을 누르고 뮤턴트 지배 세상을 원하는 매그니토(이안 맥켈렌)는 서로 편을 갈라 최후의 전쟁을 벌인다. 스토리는 아주 단순해졌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를 토막내는 등의 화려한 볼거리는 많아졌다.
문제라면 온몸에서 가시가 돋아나오는 고슴도치와 날개를 가진 천사 스타일 등 뮤턴트 종류가 대폭 늘어나서 그만큼 더 주변이 산만해진 점이다.
♢강추 2.
감 독 : 유하
주 연 : 조인성, 천호진, 진구, 남궁민, 이보영
개 봉 : 5월15일
등 급 : 18세 관람가
시 간 : 137분
“식구가 뭐여? 같이 밥먹는 입구멍이야” “건달은 밥을 굶어도 뭐를 한다? 구두를 닦는다” “성공할려면 딱 두가지만 알면돼. 자기한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그 사람이 뭘 필요로 하는지”.
이 영화에는 가슴에 사무치는 대사들이 유난히 많이 나온다. 시인 출신 감독이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영화라서 그럴까. 무식하고 잔인한 조폭들이 비열하게 살아가는 인생사를 그렸건만 그들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세계적 철학자의 명언보다 더 뇌리를 깊숙이 파고든다. 또 류승완 정두홍 스타일의 폼나는 액션이 아니라 진짜 개싸움처럼 치고받는 리얼 액션이 관객들에게 실감나는 조폭 세계의 잔혹함을 전한다.
웨이터 출신이라 조폭 세계에서도 주류에 끼지못하는 로타리파 넘버2 병두(조인성). 6명의 새끼를 거느린 중간 보스지만 큰 형님 상철(윤제문)이 제대로 챙겨주지않아 늘 배고프고 불안한 자기 위치에 떤다. 결국 상철의 스폰서인 황 회장(천호진)의 부탁대로 부장검사를 죽이면서 그의 조폭 인생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비열한 거리’는 또 한명의 충무로 톱스타를 탄생시킨 영화다. 잘생긴 얼굴과 늘씬한 팔등신 몸으로 한몫하던 조인성은 미워도 미워할수 없는 3류 조폭 병두 역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했다. 긴 발로 하늘을 휘젓는 뒤돌려차기도 일품이었지만 상대를 찌르는 그 순간, 자신의 몸에 칼이 들어오는 그 순간 마다 마다 우수에 가득차는 눈동자는 감동,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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