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전국시청률 50%를 넘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인기를 견인한 것은 날씬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이 아닌 통통한 외모에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의 삼순이(김선아 분)라는 캐릭터였다. 한국 여성들은 삼순이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동일시하는 이른바 ‘삼순이 신드롬’이 일어났다. 그리고 부유하지만 사랑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삼식이’ 현빈도 그 인기에 일조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를 이끌었던 삼순이와 삼식이는 이후 많은 드라마에 조금은 다른 모습이지만 여전히 드라마에 살아있다. 청순가련형의 여성성을 깨뜨린 삼순이는 더 이상 여성스러운 캐릭터보다는 여성적이지만 털털한 성격의 캐릭터들의 봇물을 유발했다. 또 삼식이 또한 모든 것을 다 갖췄을 법한 남성 캐릭터가 사랑에서만큼은 결핍이 돼 있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이후 인기드라마에서 그대로 이어졌다.
올 초 30%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궁’의 황태자비 채경과 황태자 신은 삼순이-삼식이 커플의 결혼 후 모습이었다. 평범하지만 엽기 발랄한 여고생이었던 채경은 삼순이와 흡사하고 효린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한 신은 희진이라는 사랑을 잃어버린 삼식이었다. 물론 ‘궁’이라는 인기만화가 원작이기 때문에 채경과 신이라는 캐릭터가 삼순이와 삼식이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상 삼순이와 삼식이를 닮은 채경과 신은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삼순이와 삼식이를 떠올리게 했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복실과 승희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산골아가씨인 복실은 양갈래 헤어스타일의 촌스러움과 궁시렁거리는 모습으로 삼순이의 모습을 재현했다. 교통사고로 연인을 잃은 영화감독 승희가 과거 연인의 모습을 잊지 못하고 까칠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삼식이의 그것과 다름없다. 특히 삼식이의 아픔이었던 희진 역을 맡았던 정려원이 이번에는 삼순이로 분한 것도 눈길을 끌었던 부분이다. 결국 이들 또한 삼순이-삼식이 커플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에는 행복한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또 최근 수목극 1위를 고수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어느 멋진 날’의 하늘과 동하의 모습에서는 삼순이-삼식이 커플을 재현한 복실과 승희의 오마주가 그대로 느껴진다. 6월 15일 방송된 5회분에서 수면제를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든 동하를 깨우는 하늘의 모습은 복실과 승희와 똑같았다. 애인의 기일을 맞아 그 아픔을 달래는 동하의 모습은 삼식이의 아픔과 유사했다. 가진 것은 많지만 사랑만큼은 부족한 동하는 삼식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아직 ‘어느 멋진 날’이 방송이 되고 있어 결론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하늘과 동하도 행복한 결말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로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 각인된 삼순이와 삼식이는 분명 이전의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와는 차별됨은 물론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여전히 시청자들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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