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제 2의 이경규가 간다'
OSEN 기자
발행 2006.06.19 10: 16

월드컵에 온국민이 열광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붉은 물결이 넘실거리고 6월 19일 한국과 프랑스와의 경기는 한국시각으로 새벽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7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거리 응원을 나섰다고 하니 그 열기를 짐작케 한다.
월드컵 시즌이 도래하면서 각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도 덩달아 바쁘다. 인기 연예인들을 대동한 채 13일 벌어진 토고와의 경기를 자체(?) 중계방송하고 있기 때문. 6월 18일 일요일 오후 6시 MBC에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가 간다’가 방송된 것을 비롯해 KBS에서는 ‘해피선데이’의 ‘날아라 슛돌이’, SBS에서는 ‘일요일이 좋다’의 ‘X맨’에서 각각 비슷한 형식의 월드컵 중계방송을 내보냈다.
이런 프로그램의 시작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 처음 선보인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가 간다’이다. ‘이경규가 간다’는 이미 각 방송사에서 수십 번 방송해준 경기 주요장면을 이경규, 조형기의 맛깔스러운 현지 해설로 생동감 있게 전달해줌으로써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여러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본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숨은 장면을 포착해내고 그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찾아내면서 2002년 한일월드컵 때에 이르러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이경규가 간다’가 큰 성공을 거두자 이에 질세라 각 방송사에서 거의 같은 시간대에 너도 나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KBS의 ‘날아라 슛돌이’는 코너 자체가 축구와 관련이 있으므로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러나 SBS ‘X맨’의 경우 연예인들이 출연해 각종 게임을 하며 숨은 X맨을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라 축구와 그다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호동과 하하를 자체 축구 해설진으로 구성해 신화의 이민우, 에릭, 앤디, 신혜성, 가수 채연, 화요비 등 ‘X맨’ 출연진들이 대거 토고전을 관람하며 ‘제 2의 이경규가 간다’를 재연해냈다.
일단 첫 방송의 승리(?)는 역시 MBC의 ‘이경규가 간다’.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의 원조인 ‘이경규가 간다’에서는 한국, 독일, 토고 3원 중계 방식을 택해 각각의 현지 반응과 상황을 실감나게 전했다. 일부에서는 이경규-조형기 콤비가 아닌 이경규-김용만 콤비체제가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찰스가 토고 현지로 날아가 토고 선수인 아데바요르의 친형을 만나고 그곳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 TV가 나오지 않는 토고에 안테나를 설치해 함께 방송을 시청하는 장면 등은 다른 방송사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이라 좋은 반응을 얻었다.
KBS의 ‘날아라 슛돌이’는 무려 10대의 카메라로 다각도에서 촬영한 장면을 방송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함과 지루함을 지울 수 없었고 SBS의 ‘X맨’은 굳이 독일까지 가서 방송을 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 의미를 무색케 했다.
이와 같은 넘쳐나는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에 네티즌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불과 10, 20분 간격으로 3사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에 식상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이경규가 간다’가 성공을 거두자 이를 그대로 답습하려는 양상은 가장 먼저 대중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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