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역전의 기회는 언제 올까
OSEN 기자
발행 2006.06.19 11: 28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한국시장 장기 집권에 들어갔다. 5월3일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3’가 개봉하면서 불기 시작한 블록버스터 태풍은 쉬지않고 한국 박스오피스를 두들기며 7주연속 정상을 지키는 중이다. 1,2편 한국 개봉 당시 별 재미를 못봤던 X맨 시리즈 3편 ‘X맨:최후의 전쟁’(15일 개봉)은 첫 주 스코어에서 수입사 폭스에게 한국 진출이래 최고의 수익(540만 달러)을 안기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같은 블록버스터의 압승 분위기는 바람을 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4월 마지막 주말 황정민 류승범의 ‘사생결단’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것을 끝으로 한국영화 바람은 시들해지고 톰 크루즈의 등장과 함께 관객 발길은 할리우드 쪽으로 옮겨갔다.
20주연속 한국영화가 할리우드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한 것도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이 때 기폭제 역할은 ‘왕의 남자’가 담당했다. 순제작비 40억여원으로 그다지 주목을 받지못한채 출발했던 이 영화는 ‘왕남 폐인’이란 사회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국내 최다관객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관객들은 조선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한 픽션 사극에 푹 빠져들었고, 몇 몇 스타와 막대한 제작비에 의존하지않고도 뛰어난 한국영화가 나올수 있는 현실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이어 개봉한 조폭 코미디 ‘투사부일체’가 전국 700만명 동원으로 코미디영화 흥행 기록을 다시 쓴 것, 무려 20주 동안 한국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제압한 것 역시 ‘왕의 남자’로 시작된 한국영화 순풍이 계기였다.
그러나 ‘왕의 남자’ 이후 관객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진 반면에 충무로는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자충수를 뒀다. 제작편수가 큰 폭으로 상승함과 동시에 식상한 소재와 수준 이하의 시나리오, 연출 등으로 관객을 실망시키는 영화가 그 만큼 늘어났다. 여기에 스크린쿼터 축소 시비가 불거지면서 이를 ‘영화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간주하는 여론이 생겨난 것도 나쁜 영향을 끼쳤다.
천천히 식어가던 한국영화 열기에 결정적으로 찬물을 끼얹은 게 톰 크루즈의 액션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3’다. 미국 개봉에서 예상했던 수익에 못미쳤던 이 영화는 오히려 한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톰 크루즈가 온 몸으로 액션을 선보였고, 빠르고 스릴 넘치는 전개에 전세계를 아우르는 거대한 스케일까지, 한국 관객의 기호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 나온 것이다. 올 블록버스터는 크루즈 덕분에 첫 단추를 기가 막힐 정도로 잘 뀄다.
톰 크루즈는 2주동안 기세 몰이를 한 뒤 톰 행크스의 ‘다빈치 코드’에게 바통을 넘겼고, 다시 2주후인 지난달 31일 개봉한 해양재난 블록버스터 ‘포세이돈’도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두 톰의 블록버스터들은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 속에 흥행 청신호를 받았지만 ‘포세이돈’은 평단과 흥행, 양쪽에서 신통치않았다는 사실이다. ‘미션 임파서블3’와 ‘다빈치 코드’에서 만족감을 느낀 관객들이 극장 나들이에서 다시 블록버스터를 고르는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블록버스터 바람이 태풍급으로 강하게 불면서 ‘가족의 탄생’ ‘호로비츠를 위하여’ 등 한국영화의 웰메이드 소품들은 아깝게 묻혀버렸고, 류승완 정두홍 주연의 정통 액션 ‘짝패’ 정도가 틈새 시장을 찾아 선전했을 뿐이다. 한국영화 바람이 불 연말연시 당시 할리우드 영화들이 당했던 설움을 똑같이 맛봤다. 그러나 이 기간중에도 ‘한국영화에 또 속았다’며 관객들의 반응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한탕주의 3류 영화들이 쏟아져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부은 것으로 지적됐다..
그렇다면 한국영화는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 것일까?
국내 극장가에서 겨우내 맥을 못추던 할리우드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3’ 한방으로 반전의 물꼬를 튼 것처럼 한국영화에게도 역전의 기회는 항상 열려있다. ‘X맨;최후의 전쟁’과 같은 날 개봉한 유하 감독, 조인성 천호진 주연의 ‘비열한 거리'는 18세 이상 관람가의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국 22만6000명을 동원하는 힘을 과시했다. 만약 한국영화 바람이 거세게 불던 초봄에 개봉했다면 'X맨’을 누르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앞으로 블록버스터 후속작은 ‘수퍼맨 리턴즈’ ‘캐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등이 기다리고 있고, 한국영화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가 대기중이다. 칸느 국제영화제 등에서의 뜨거운 반응으로 볼 때, 7월27일 ‘괴물’ 개봉으로 한국영화 대반격의 포문이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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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에 응하는 출연진. 박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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