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소재 '간큰가족' '비단구두' 1년새 개봉 왜?
OSEN 기자
발행 2006.06.23 11: 04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실향민 아버지가 죽음을 앞두고 삼팔선으로 가로막힌 북한 땅을 그리워한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아들이 벌일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 거짓으로나마 북한 모습을 연출해 죽기전 소원을 풀어드리는 것이다.
5년만에 컴백하는 여균동 감독의 '비단구두'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낯설지 않다. 지난해 개봉한 감우성 김수로 주연의 '간 큰 가족'이 이와 비슷한 전개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 감독은 무슨 용기로 불과 1년도 안돼서 기존 흥행작을 '재탕'하려는 걸까.
실상은 저예산 영화로 '간 큰 가족'보다 먼저 완성됐던 '비단 구두'가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차일피일 미뤄서 이제야 막을 올리는 것이다. 출연진도 최덕문 민정기 이성민 김다혜 등 스타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 한편당 최소한 4억원 정도를 요구하는 극장 마케팅 비용이 순제작비와 맞먹는다. 극장에 걸기 쉽지않은 악조건들을 고루 갖춘 셈이다.
3류 영화감독 만수(최덕문)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 배영감(민정기)을 고향 개마고원에 간 것처럼 해달라"는 조폭 두목의 협박에 넘어간다.세트와 배우를 동원해서 대충 개마고원 분위기를 만들어 아버지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마지막 효도를 대신하려는 조폭 두목의 심보다. 만수는 결국 배영감과 두목의 심복 성철(이성민),그리고 배우들을 데리고 개마고원 연출을 위해 길을 떠난다.
이 영화를 살린 건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과 연기를 바라보는 진지한 자세다. '남극일기' '나쁜 남자' 등에서 인상깊은 조연으로 활약했던 최덕문이 주연을 맡았고, 배영감역은 전문배우아닌 민정기 화백, 조폭 성철은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이성민이 맡아서 배역에 푹 빠져들었다.
분단의 아픔을 겪는 민족에서만 가능할 이 소재는 2003년 볼프강 벡커 감독의 '굿바이 레닌'이 먼저 선보였다. 동독의 열혈 공산당원인 어머니가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몇년간 누워있던 새 독일은 통일되고, 아들은 공산주의의 몰락에 어머니가 쇼크를 받을까 주변 인물을 총동원해 연극을 벌인다.
'굿바이 레닌'에서 '간 큰 가족', 그리고 '비단 구두'까지 분단 조국을 다룬 주제는 같아도 그 디테일이 완전히 다른 세영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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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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