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카드 선택, '실 보다는 득'
OSEN 기자
발행 2006.06.27 09: 46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6일 그동안 수석코치로 한국 대표팀을 이끌던 네덜란드 출신의 핌 베어벡(50)을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베어벡 감독은 오는 8월 1일 부로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8월16일)을 준비하게 된다.
축구협회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재계약에 실패하고 한동안 표류했던 점을 의식했는지 월드컵 대표팀이 해단식을 가진 이튿날 차기 감독을 전격 발표하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다.
물론 역효과도 나왔다. '다른 지도자들은 폭넓게 물색해 보았나', '신중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비판 섞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신임 감독이 이미 지난 4월 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문을 열어놓고 명망 높은 해외 지도자들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했는가라는 비판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이미 베어벡을 미리 차기 사령탑으로 점찍어 놓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결론을 내려볼 수 있다.
비록 베어벡이 세계적인 명문 클럽이나 대표팀을 맡은 적은 없지만 이영무 기술위원장의 말대로 "그 만큼 한국축구와 대표팀을 잘 아는 지도자도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치와 감독의 역할은 상징적인 의미만 보더라도 비교할 수 없는 지위의 차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로선 베어벡이 과연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란 의문 부호를 달게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과장된 경계는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베어벡은 지난 1981년 네덜란드 1부리그 스파르타 로테르담 청소년팀 감독을 시작으로 지도자 생활만 20년을 넘게 해 온 베테랑. 한일 월드컵 4강과 독일 월드컵 1승1무(1패)의 무난한 성적을 낸 데는 베어벡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베어벡의 경력과 경험은 한일 월드컵과 독일 월드컵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충분히 입증됐다.
또한 '베어벡 카드'는 현 대표팀의 연속성을 이어감과 동시에 전력을 향상시킬 여지를 많이 갖고 있다.
2003년부터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과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잇따라 대표팀을 지휘했지만 이들은 줄기차게 선수 점검과 테스트를 반복하다 '안녕'을 고했다. 연달아 감독이 교체되면서 전력이 계속해서 단절된 탓이다.
협회는 해외 대회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냈다한들 한국 축구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저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베어벡 감독 외에 다른 해외 지도자가 온다면 실수를 되풀이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농후하다. 한국축구를 다시 되돌아봐야 하고 단기간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경질 수순을 밟는 과거 일련의 사태가 충분히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제2의 코엘류', '제2의 본프레레'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독이 든 성배'란 꼬리표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직함 뒤에 늘 따라다니는 해외의 곱지 않은 시각도 받아야 한다.
사실 독일 월드컵을 9개월 앞두고 아드보카트 감독을 영입했을 당시도 '일회성 도박'에 가까웠다. 하지만 일종의 안전 보험 격으로 '베어벡 카드'를 빼들었고 '괜찮은' 결과는 냈다. 대표팀 내외부적으로 납득할 만한 과정과 결과가 나온 점도 '내부 승계'로 가닥이 잡히게 했을 것이다.
베어벡 '코치'를 '승진'시킨 데는 분명 실(失) 보다는 득(得)이 많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신뢰가 두텁고 대표팀의 전력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선 두 차례 월드컵 대표팀에서 베어벡 감독은 '브레인' 역할을 해냈다. '히딩크호' 때는 선수 발굴이나 수비 조직력을 맡았고 '아드보카트호'에서는 팀 훈련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마치 아드보카트 감독이 총감독이란 인상을 줄 정도로 베어벡 감독은 실질적인 리더를 맡았다.
결과는 2년 후 중국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야 나온다. 첫 성적표가 흡족할 경우 베어벡 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게 된다.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협회와 고심 끝에 대표팀을 맡기로 한 베어벡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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