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가이' 서재응, 왜 힘을 못쓰나
OSEN 기자
발행 2006.06.27 11: 24

올 시즌을 맞이하면서 의욕이 넘쳤다. 시즌 개막에 앞서 출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에이스로 4강 진출에 일등공신으로 활약했고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구위가 있었기에 올 시즌은 정말 '눈부신'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승수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시작하더니 구위가 뚝떨어졌다. 주특기인 '컴퓨터 컨트롤'이 제대로 구사되지 않는 것은 물론 구속도 평소보다 3마일 안팎이 떨어졌다. 그 결과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나 불펜에 머물고 있다.
'나이스 가이' 서재응(29.LA 다저스)의 올 시즌 현재까지 행보다. 갑작스런 서재응의 부진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다저스 코칭스태프는 셋포지션 때 손의 위치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또 일부에서는 WBC 출전으로 인해 스프링 트레이닝이 부족했던 것에서 부진의 원인을 찾고 있기도 하다.
▲생애 첫 200이닝 이상 투구에 따른 볼스피드 저하
여러 부진의 원인을 찾고 있는 가운데 서재응의 한 측근은 '200이닝 이상 투구에 따른 볼스피드 저하'를 가장 큰 요소로 꼽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재응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 측근은 "재응이가 지난해 처음으로 20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특급 빅리거 투수들도 전년도에 무리한 투구를 펼치면 다음 해에는 구위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200이닝 이상 투구'를 부진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서재응과는 투구 스타일이 다르지만 전년도 무리한 투구로 구위가 떨어졌던 예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이스인 제이슨 슈미트(33)의 코멘트를 소개했다. 슈미트는 "2004년 생애 최다인 225이닝을 던진 후인 2005시즌 볼스피드가 뚝떨어져 고전했다. 전년도 무리했던 것이 원인으로 여겨진다"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한 것으로 이 측근은 전했다.
우완 정통파로 90마일대 중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슈미트는 2004시즌 225이닝 투구에 18승7패, 방어율 3.20의 '사이영상급' 성적을 올렸으나 이듬해에는 구속 저하로 172이닝 투구에 12승7패, 방어율 4.40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올해는 스피드가 살아나면서 현재 6승으로 순항 중이다.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닌 서재응을 슈미트와 비교하는 것이 약간의 무리가 있지만 2005년 난생처음으로 200이닝 이상을 던진 서재응이 올 시즌 볼스피드 저하로 고전하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서재응은 80마일대 후반의 직구 스피드가 나와야 정상이지만 중반대로 떨어지면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스피드가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을 수가 없다.
또 코칭스태프의 지적처럼 '양손이 내려가 있다'는 것은 전년도 투구에 따른 팔의 피로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요즘에는 90마일까지 볼스피드가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짧은 시간에 몸을 풀고 짧은 이닝을 전력 투구하는 불펜 투수로서의 볼스피드로 선발과는 차원이 틀리다. 선발로서는 꾸준히 80마일대 후반의 직구를 뿌려야만 정상인 것이 서재응이다.
▲작년 시즌 말미부터 이점을 걱정했다.
서재응은 지난해 9월 한창 시즌 10승에 도전할 때부터 '무리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서재응은 "이번까지 최대한 3번을 등판할 수는 있지만 10승하고 상관이 없어지면 무리하고 싶지 않다. 현재도 데뷔 이후 최다 이닝을 소화한 탓에 팔이 피곤한 상태"라며 별로 의미가 없는 남은 경기 등판을 웬만하면 피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서재응은 지난해 8월 빅리그에 복귀하기 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도 19경기 121⅔이닝을 던진 것을 포함해 빅리그 14경기 90⅓이닝 투구까지 포함하면 총 33경기에 선발로 나서 212이닝을 기록했다.
1997년 메츠에 입단한 후 98년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 40⅔이닝을 기록한 서재응은 99년에는 오른 팔꿈치부상으로 14⅔이닝을 던진 후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수술)를 받았다. 1년 여의 재활 끝에 2001년 마운드에 다시 선 서재응은 싱글-더블-트리플A 27경기(선발 24경기)에 나서 133이닝을 던지며 처음으로 100이닝을 넘어섰고 2002년에는 134⅔이닝을 소화했다.
2003년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되며 빅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서재응은 32경기(선발 31경기)에서 개인 최다인 188⅓이닝을 던졌다. 2004년에는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 28경기(선발 25경기)에서 140이닝밖에 던지지 않았다.
빅리그 특급 투수들 중에는 몇 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들이 있지만 서재응처럼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투수가 200이닝을 넘게 던진 경우는 팔의 피로로 이듬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점을 염려한 서재응은 시즌 막판 무의미한 경기에 나서는 것을 꺼리며 피로 누적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서재응이 지난 시즌을 마치면서 가진 결산 인터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서재응은 "올시즌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2003년에 최다투구인 188⅓이닝을 던지고 난 뒤 작년 한 해를 쉬어 힘이 많이 남아 있던 상태였다. 다만 올 시즌 생애 최다인 200이닝을 넘겨 좀 걱정된다. 릭 피터슨 투수코치가 종전 최다 이닝을 물어보길래 188⅓이닝이라고 했더니 '많이 던졌구나'하면서 걱정을 했다. 팀 내 노장인 톰 글래빈, 페드로 마르티네스, 스티브 트랙슬 등에게 요령을 물어봤더니 '공을 좀 늦게 만지라'고 조언해줬다. 또한 '아령 운동을 많이 하라'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그래서 WBC 출전도 망설였다
한 시즌 생애 최다 이닝을 투구한 서재응은 그러나 쉴 수가 없었다. 사상 첫 야구월드컵이라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재응은 지친 팔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쉬고 싶었지만 한국대표팀이 그를 애타게 찾았다.
서재응은 일단 '팔의 회복 상태를 지켜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뒤 막판까지 고심한 끝에 '생각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썩 만족할 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어깨와 팔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자석 치료제를 붙이는 등 꾸준히 관리를 했지만 쉽게 좋아지지가 않았다. WBC 출전을 위해 고향팀 KIA 타이거즈의 2월 플로리다 전지훈련에 합류해 훈련하며 투구를 시작할 때도 서재응은 "어깨가 넘어오지 않는다"며 남모를 고민을 했다.
'공을 늦게 만지라'는 고참 투수들의 조언과는 반대로 WBC 출전 때문에 예년보다도 더 빨리 공을 잡고 훈련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구위는 만족할만큼 올라오지를 않은 것이다.
얼마 전 서재응은 전화통화에서 "이유를 모르겠다. 컨디션은 괜찮은 것 같은데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컨트롤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답답해 하면서 '작년 많이 던진 후유증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럴 수도 있다"며 수긍했다.
▲그럼 처방전은
현재로서는 어깨 피로를 최소화하며 투구 매커니즘을 전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서재응은 지난 13일 샌디에이고전에 구원 등판했다 어깨 통증으로 조기 강판했을 때 "부상자 명단에 올라 마이너리그서 재활과정을 거치는 것도 괜찮다"고 말할 정도로 재점검과 휴식을 원했다.
그러나 부상자 명단에 올리기보다는 지난해 메츠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하며 구위를 가다듬었던 댄 워슨 불펜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빅리그에서 재점검을 하는 쪽으로 다저스 구단이 결정하면서 서재응은 현재 차근차근 투구 메커니즘을 체크하고 있다. 워슨 코치는 "스트라이드(보폭)를 넓히고 셋포지션서 반동을 주는 투구폼을 실험하고 있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현재 불펜에서 함께 훈련하며 구위가 회복돼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지난 겨울 다저스 코칭스태프로 옮기기전 워슨 코치는 "1999년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서재응은 아직도 팔 근육에 힘이 붙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스피드가 나아질 것"이라며 서재응을 다저스에 적극 추천했고 덕분에 트레이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츠 마이너시절 수술을 받고 각고의 노력 끝에 '컨트롤 투수'로 거듭났던 서재응이기에 팔의 피로가 풀리면 이전의 모습으로 회복될 것이 확실하다. 스피드보다는 컨트롤과 체인지업 등 변화구로 타자를 요리하는 스타일이기에 컨트롤만 살아나면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불펜에서 어깨 피로를 풀며 투구 메커니즘을 점검하고 있는 서재응이 머지 않은 시기에 선발투수로서 '컴퓨터 컨트롤'로 환상투구를 재현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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