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강우석 감독의 새 영화 ‘한반도’가 한민족의 반일 감정을 앞세워 일방적인 정치 색깔을 드러내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26일 언론 시사회 후 벌린 기자회견에서 강 감독은 “감독으로서 일본을 들이받고 싶었다. 일본의 망언들을 듣다보면 걔네(한국)는 약자니까 두들겨도 아무 소리가 없을 꺼고 군사력도 약하니까 3일이면 한반도가 초토화된다는 것 아닌가. 어느 순간마다 꼭 신사 참배를 하고 야지를 놓고, 잊을만하면 독도를 건드린다”고 ‘한반도’에 담은 반일 논리의 실체를 밝혔다.
실제 독도 문제나 신사참배 등 양국간 현안을 놓고 일본 정부와 극우 집단이 벌이는 행태가 영화 속에서는 과거 대한제국과 멀지않은 미래 경의선 철도 개통이라는 가상 상황을 배경삼아 극단적으로 묘사된다. 일본 외상이 한국 대통령(안성기)을 찾아와 “경의선은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소유권을 넘겼으니 개통하지 말라”고 호통을 치는 등 속국 대하듯 한다. 해상 자위대는 독도 인근 해상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고, 일본 외상은 한국내 친일 세력들을 졸개 삼아서 제집 드나들듯 청와대를 휘젓고 다닌다.
한민족이 일제에게 침탈당한 식민지사와 아직까지도 반성을 모르고 망언을 일삼는 일본 내 보수 세력을 생각할 때 이는 영화의 재미를 더하기위해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다. 명성황후의 잔인한 시해 현장을 재현한 장면에서는 객석이 숙연해지고 울컥 반일 감정이 치솟케한다. 한민족이 힘을 합쳐 일본을 응징하는 라스트를 기대하면서.
그러나 강감독이 ‘한반도’를 통해 시종일관 강하게 내세운 건 ‘적은 내부에 있다’는 논리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것처럼, 표면상으로는 일본을 주적으로 묘사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일본에 빌붙는 친일세력과 기업가를 진짜 역적으로 묘사했다. 영화 속 총리(문성근)는 바로 이같은 친일세력의 대표이고, 야당 국회의원들은 소신있게 반일과 민족 통일을 주장하는 대통령을 찾아가 “일본에게 머리를 수그려야 우리가 살수있다”고 들이댄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 감독은 “과거 조선이건 지금 대한민국이건 우리 민족은 항상 국론이 분열돼 있었다”며 적은 내부에 있음을 강조했다. 조선시대 사색당파부터 끊임없는 파벌 싸움이 국가의 명운을 위협한 사실을 말한 것이다.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뭔가 색깔을 내세우고 주장을 채우는 건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야하는만큼 당연한 과정이고 결과다. 하지만 1000만명 이상이 지켜본 상업영화(‘실미도’)를 감독했고, ‘한반도’ 역시 많은 사람이 지켜보길 바라는 상업영화로 제작하면서 편향된 논리로 일관한 건 논란의 소지를 제공했다.
현재 국내 정치 상황으로 봤을 때, 영화 전개가 기가 막힐 정도로 참여정부의 코드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2년전 시나리오가 나왔으니 지금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석연찮은건 통일과 반일을 소명으로 알고 자신의 측근 참모들을 의지삼아 고군분투하는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해 그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악의 축으로 그린 점이다. 총리는 대통령을 암살해서까지 일본에 충성을 다하려하고, 대통령이 대한제국의 국새를 찾아 한국의 정통성을 찾겠다는데도 야당 세력과 정부내 상당수 세력조차 “일본, 미국과 손을 잡아야 우리가 산다”며 아우성이다.
대한민국이 항상 국론이 분열돼 있었다는 강 감독의 주장대로라면 영화 ‘한반도’는 한번 더 한민족을 양갈래로 땋아버리려는 최고의 노력을 다했다. ‘반일’을 축으로 한 정통 통일지상주의 한민족과 이에 반대하는 친일 세력.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친일 세력과 한일합방 당시의 을사오적을 오버랩시켜 감히 어떠한 논쟁거리도 허용치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는 영화에 반기를 드는 자들은 누구인가 하고 외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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