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개소문 “1,2회 찍는데 5개월 걸렸다”
OSEN 기자
발행 2006.06.29 10: 00

SBS 대하드라마 ‘연개소문’(이환경 극본, 이종한 연출)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주말극장 ‘하늘이시여’의 방송이 끝난 뒤 예고화면으로 조금씩 소개가 되기는 했지만 6월 28일 제작발표회장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은 예상치를 뛰어넘는 놀라움을 주었다.
28일 경북 문경시 가은읍에 있는 ‘연개소문’ 오픈세트에서는 안국정 SBS 사장을 비롯한 제작진, 유동근 서인석 장항선 이태곤 황인영 등 출연진, 박인원 문경시장 김동성 단양군수 당선자 등 지자체 관련 인사 등이 모인 가운데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개소문’의 1, 2회 하이라이트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런데 하이라이트 영상이 왜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는 지를 알려주는 한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연개소문과 당태종의 안시성 전투 장면이 담긴 1, 2회 분을 찍는데 무려 5개월이 걸렸다는 것이다.
웬만한 영화 한편을 찍는 노력이 1, 2회분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치열했던 안시성 전투를 담아낸 예고 화면은 지금까지 봐 왔던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실감났고 웅장했다.
제작비 400억 원, 투입 연기자 400명, 보조연기자 1만 5000명
‘연개소문’의 외형적 규모를 짐작하게 하는 몇 가지 수치가 있다. 총 제작비가 400억 원이 소요된다. 경북 문경에 제1 오픈세트가 있고 충남 태안에 보조 오픈세트, 충북 단양에 제2 오픈세트가 마련되는데 이 비용만 해도 이미 100억을 넘는다. 여기에 400여명의 연기자가 동원되고 보조 출연자까지 합치면 1만 5000여명의 인원이 투입된다.
7월 8일 저녁 8시 45분에 첫 방송돼 총 100회 분량을 예상하고 있는 대하사극이기는 하지만 제작비 투입 규모가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MBC 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주몽’의 제작비 300억 원도 가볍게 뛰어 넘는다.
삼국지? 반지의 제왕?
28일 공개된 전투신에서는 언뜻언뜻 낯선 장면들이 지나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전투 장면들이 귀청을 때리는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펼쳐졌다. 대규모 전투신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느꼈을 법한 웅장한 영상들이 눈을 자극했다. 150명의 군사가 동원된 전투 장면을 30만 대군이 운집한 영상으로 둔갑시키는 CG작업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안시성 성곽을 재연한 세트를 배경으로 투석기에서 발사되는 돌덩이가 새카맣게 하늘을 뒤덮었고 시뻘건 불화살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산을 깎아 내리는 공사장 현장을 빌려 찍은 산상전투 장면에서는 사람 몸채보다 큰 불덩어리가 언덕을 굴렀다. 눈을 어질하게 하는 긴박한 전투신은 강렬한 사운드에 입혀 바로 옆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당 태종의 대군을 무찌르는 장면에서는 ‘삼국지연의’에서나 나올 법한 병법이 등장한다. 안시성 위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쌓아 올린 목책을 이용해 상대방을 교란하고 역습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설득력 있는 전술이 도입됐다. 무협소설에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어딘가 본듯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엉성하다는 불안감은 없었다. 1, 2회 만으로도 한편의 완성된 영화를 보는 듯한 감흥을 얻을 법 했다.
정통사극? 멜로도 있고 무협도 있다
6월 말 현재‘연개소문’은 8회 방송분량이 완성됐다. 1, 2회 안시성 전투가 방송되고 3회부터는 연개소문의 유년시절이 펼쳐진다. 그리고 11회부터는 이태곤이 청년기의 연개소문을 연기하는 분량이 전파를 타 50회 전후까지 이어진다. 정통사극을 표방하는 ‘연개소문’이지만 제작진으로서는 이 시기는 난감하다. 워낙 사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개소문’에는 이환경 작가의 전작인 ‘용의 눈물’ ‘태조왕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무협지적인 요소, 멜로적인 요소도 있다. 신라 김유신의 집에 노예로 팔려간 연개소문이 김유신의 여동생 보희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게 되는 설정, 당나라에 흘러 들어간 연개소문이 이세민(훗날 당태종이 되는 인물)의 사촌 동생과 혼인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멜로가 등장한다. 연개소문을 신라에서 중원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는 장면, 중원을 탈출한 연개소문이 백두산에 들어가 천하경략의 비술을 전수받는 과정에서는 무협적인 요소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환경 작가는 “연개소문은 생몰연도도 확실하지 않은 고구려 장수이다. 김유신과 연개소문의 관계처럼 사료가 뒷받침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작가적 상상력이 동원됐다. 이런 장면에서는 아예 허구라는 사실을 해설에서 밝히고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사’에서 ‘연개소문 같은 영웅은 그 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고 기술했듯이 그는 우리 역사에 빛나는 영웅이다.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중국이 나로 하여금 이런 드라마를 쓰게 했다”고 밝혔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연개소문’의 제작을 맡은 문정수 DSPent 드라마 제작대표가 제작발표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인사말에 나선 문 대표는 느닷없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했다.
‘전쟁’의 대상이 중의적이다. 우선은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음모인 ‘동북공정’에 정통 사극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다. 이 기획의도는 이환경 작가, 이종한 연출자의 입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
이환경 작가는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중국이 이 드라마를 보고 스스로 무색해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변 강국의 눈치를 보며 정부가 나서지 못하는 일을 드라마 제작자들이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이 작가는 “드라마 ‘연개소문’과 고구려 영웅들의 이야기는 우리 역사서가 아닌, 중국의 역사서에서 뽑아내 극화한 것이다. 그들이 기술한 역사가 이럴진대 동북공정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전쟁의 의미는 MBC ‘주몽’이다. ‘연개소문’ 제작진은 ‘주몽’을 두려워하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비록 방영되는 요일은 다르지만 ‘주몽’이 고구려 건국 신화를 다뤄 이미 시청률 30%를 확보하고 있는 마당에 비교가 안될 수가 없다. 이종한 감독은 “사실 위기감을 느낀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주몽’과 ‘연개소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환경 작가는 “주몽에 대한 사료는 연개소문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사료 자체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나마 연개소문은 중국 수나라 당나라 역사서에 많은 흔적이 남아 있고 그것을 근거로 정통사극을 만들고 있다. 건전하고 역사성이 깊이 담긴, 힘있는 남성드라마라는 입소문이 날 때 진짜 승부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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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라이벌' 연개소문 역의 유동근과 당태종 역의 서인석이 앙숙관계를 묘사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날 제작 발표회에 참가한 중요 출연진. /박영태 기자 ds3fa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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