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90년대 중반 인천 도원구장, 대전구장, 광주구장. 경기 막판 홈팀이 지고 있으면 술취한 관중들 중 일부가 그물망을 타고 올라가거나 심한 욕설을 퍼붓는 등 '막가파' 행동이 나오기 일쑤였다. 이런 험악한 풍경 때문에 가족 단위로 야구장을 찾기 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관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관중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2=2004년 여름 어느 날 미국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구장 아메리퀘스트필드 외야석 제일 꼭대기 관중석. 야구단이 지역 초등학교에 프로모션 행사로 뿌린 6달러짜리 입장권을 '공짜'로 얻은 가족 단위 관객들이 자리를 채운다. 100달러가 넘는 특급 지정석(대개 포수 뒤편 내야석)보다는 거리가 훨씬 멀어 선수들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하늘에 떠있는 듯한 기분으로 야구를 봐야 하지만 가족 나들이를 겸해서 야구장을 찾은 가족들은 신나기만하다.
앞의 경우는 한국 프로야구가 한창 잘나가던 때의 모습이고 뒤의 예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일상적인 풍속도중 하나다.
한국 프로야구가 시대 상황에 맞춰 야구장 관중유치 스타일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1에서처럼 술 취했지만 열정적이었던 관중들을 위한 마케팅보다는 #2의 미국처럼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즐거운 여가 선용과 진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는 마케팅으로 대변화를 꾀하고 있다. 혹자는 근년 들어 야구 관중이 예전에 잘나갈 때보다 적어진 것은 '그물망을 타던 관중'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그때를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모든 생활의 중심을 '가족'으로 여기는 신세대들이 주류 사회를 이루게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도 '주5일제 근무'시대를 맞아 여유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얇은 지갑 탓에 여가 시간에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거나 간단한 외식을 하는 것으로 주말을 보낸다는 통계 조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가 어려운 탓에 여가 시간이 생겨도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오는 7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06 삼성 PAVV 프로야구 25주년 기념 올스타전'에 선보이기로 한 가족 단위 관람객 우대용 패키지 상품은 환영할 만한 마케팅이다. KBO는 대회 협찬사인 도미노 피자와 함께 가족 관람객(성인 2명+초중고 자녀 2명)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마련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지정석용 4만 5000원짜리 ‘4인 가족 패키지권’을 사면 막대풍선 4세트, 기념 티셔츠 4벌, 팸플릿 1권, 2만 원짜리 피자 교환권이 따라온다. 또 일반석용 2만 8000원짜리 패키지 교환권을 사면 막대풍선 4세트, 티셔츠 4벌, 2만 원짜리 피자 교환권 1장이 제공된다.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고 4인 가족이 운동장을 찾는다면 3만 여 원의 티켓 비용(지정석)이 소요되고 여기에 피자 2만 원, 티셔츠 4만 원 등을 더하면 무려 9만 여 원이 들어간다. 따라서 패키지 상품은 일반용보다 절반밖에 돈이 들지 않는 것이다.
KBO가 야구장 관전 문화의 트렌드를 바꾸기 위해 의욕적으로 준비한 이번 패키지 상품의 입장권은 인터넷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 전화(1588-7890) 또는 한네트 자동 발매기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사실 한국 프로야구 야구장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찾기에는 비용면에서 약간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지정석 1만 원, 일반석 7000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입장할 경우에는 지갑을 쉽게 열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티켓비용(지정석) 3만 여 원에 식음료값까지 더하면 4인 가족이 야구장 한 번 나들이에 10만 원이 가볍게 소요되는 것이다. 일부 구단에서는 어린이 무료 입장과 일반석 티켓 할인도 해주고 있지만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마케팅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가족 중심' 사회인 미국에서는 가족 단위로 관전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 중 야구가 가장 저렴하다. 야구는 거의 매일 열리는 경기로 미식축구(NFL) 프로농구(NBA) 등보다 티켓 비용이 일단 저렴하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야구단들이 지역사회와 손잡고 무료 티켓을 뿌리며 가족 단위 관객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야구단으로선 티켓은 무료로 제공했지만 가족들이 야구장에 와서 쓸 식음료비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손해가 아니다. 또 수익도 올리고 야구장을 많은 관중으로 채워 분위기도 띄울 수 있는 일석이조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이제는 우리 프로야구단들도 '가족 단위 관람객'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다소 비싼 티켓 가격을 내린다거나 KBO 올스타전처럼 스폰서와 손잡고 가족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야구장이 낡아서 관중이 안온다'는 변명은 그만하고 시대 상황에 맞는 마케팅을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네 야구장이 비록 낡기는 했지만 화장실 등 내적인 시설은 예전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이제는 가족 관람객들이 불편을 많이 겪지 않을 정도가 됐기에 미래의 관중이 포함된 가족들을 야구장으로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 부모와 함께 야구장을 왔던 어린이팬들은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야구팬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하루빨리 미국처럼 가족들의 즐거운 나들이터로 탄생,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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