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톱스타들, 자선과 기부에 약하다
OSEN 기자
발행 2006.06.30 10: 49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에 연예인을 가리켜 ‘딴따라’로 비아냥거렸다. 21세기 한국에서 성공한 연예인은 공인으로 사회적 지위와 명성, 부를 동시에 누린다. ‘한류 스타’가 되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칙사 대접을 받을 정도다.
불과 십수년전 유명 탤런트의 데뷔 시절 에피소드에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모님 몰래 집을 나와서...” 등 연예계 나서기 힘들었던 고생담이 빠지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자식의 연예계 진출을 말리는 부모는 줄어들고, 거꾸로 등을 밀며 뒷바라지에 나서는 부모가 늘어나는 세상이다.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지 않다지만 다른 사회 분야에서도 정상에 서는 이는 항상 소수에 불과하다. 그럴바에야 미디어 만능 시대를 사는 요즘 연예인들은 일단 한번 뜨기만하면 예술인으로 안팎에서 대접받으니 판 검사, 의사 간판이 부럽지않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이영애나 하지원, 배용준 등은 그 이름 석자만으로 코스닥 주식시장에서 특정 종목군의 주가를 내리고 올리는 파워를 과시했다. 한 매니지먼트 관련사가 지난 연말 발표했던 톱스타 장동건의 연수입은 50억원을 넘어선다.
인구 5000만명 작은 나라에서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가 어느덧 3편이다. 대박을 노리고 영화계에 투자되는 자금 규모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톱스타들의 개런티는 덩달아 기하급수적으로 뛰었다. 한류 수출이라는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영화 감독, 배우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도 크게 달라졌다. 소설가 출신이라지만 영화 감독이 문광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게 현실이다.
이제 영화와 드라마, 광고 출연료 등 각종 수입이 연간 10억원을 넘어서는 연예인을 흔히 대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와이브로, 무선 인터넷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 연예인들의 수입원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귀한 신분이나 지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큰 재산을 모은 사업가는 돈을 풀어 사회에 봉사하고, 천재 학자라면 자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한국 연예계의 이른바 톱스타들이 최근 사회 지도층에 속할 만큼 지위 신장과 부를 이뤘다면 당연히 이에 따른 책임도 발생한다.
그러나 한국의 톱스타들이 자선 사업에 기부하거나 사회 봉사를 위해 애쓰는 소식과 보도를 접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 대신 스캔들에 음주운전, 약물 복용 등 사건 사고는 왜 그리 잦은 지.
할리우드 톱스타들도 온갖 추문과 사치, 낭비 등으로 연일 가십란을 장식하기는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 다만 한국 연예계와 다른 건 굵직 굵직한 선행과 자선 소식 역시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캄보디아, 이디오피아 출신의 두 아이를 입양한 안젤리나 졸리는 얼마전 자신의 수입 가운데 3분의 1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의사를 알렸다. 제3세계 출신의 아이들도 계속 입양할 계획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와중에 30일 300만 달러의 기부금까지 내놓았다.
역시 두 아이를 입양한 니콜 키드먼은 지난 주말 결혼전에 시드니 인근의 한 아동병원을 위문 방문했고, 하객들에게 ‘축의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해달라’고 알렸다. 키드먼의 숨겨진 자선 사업과 기부금은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자산가로 알려진 홍콩의 액션스타 성룡도 1988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세웠고, 최근 자신의 재산 절반을 이 재단에 기부할 의사를 밝혔다.
단지 연예계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다. 워런 버핏이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에 이어 재산의 85%인 374억달러(약 36조원)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엊그제다. 기득권 한국 지도층 대다수가 기부 문화에 인색했던 점을 후발주자인 연예계 톱스타들이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다.
키드먼은 신혼여행 하룻밤 숙박료로 1500만원을 썼고, 케이지는 바하마 군도의 조그만 섬을 사들였다. 안젤리나 졸리는 출산 전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최고급 휴양지 호텔을 통째로 빌렸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의 수입에서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사치한다’는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연예계에도 하루빨리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보여줄 인물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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