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커의 지휘관' 지네딘 지단(34)이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밝히자 수 많은 이의 눈과 귀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고 있다. 이번 대회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눈물을 머금었던 일본의 축구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29)는 '조용히' 현역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충격 그 자체. 아시아의 또 한 명의 축구 영웅이 떠나는 모습에 그를 지켜보지 못한 이들은 '아차' 싶었을 것이다. 나카타는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 달리 공식 기자회견도 아닌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그라운드를 떠난다'고 발표하곤 두문불출하고 있다. 떠난 후 빈 자리가 크게 보이는 것은 그 만큼 '대스타'였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월드컵사는 나카타와 함께 쓰여졌고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런 그에게 2차례 '올해의 선수'상을 줄 정도였다. 이와 함께 나카타의 경력과 함께 '인간 나카타'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명품으로 치장한 겉모습과 달리 소신껏 살아온 내면의 아름다움에 뒤늦은 박수가 이어지고 있다. 끊임없이 발전하려는 한 인간으로서 끈끈한 정과 의리를 보여줬다. 반 년 전부터 축구에 대한 열정이 식어 은퇴를 결심했다는 나카타는 독일 월드컵 기간 매일 슈팅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음식점에서는 선수들과 단합 대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에 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이 확정된 직후에는 그라운드에 풀썩 주저앉아 처음으로 눈물도 흘렸다. 이번 대회 직전 가진 약체 몰타와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1-0으로 신승하자 나카타는 "팀 분위기가 너무 나태하고 프로답지 못하다. 신체 조건이 좋은 강한 팀들을 상대하려면 좀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며 동료 대표팀 선수들에게 분발을 촉구한 바 있다. 끝나고 보니 나카타의 이런 예민한 행동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는 것이다. 나카타는 "프로 선수라면 모든 이들의 기대에 100%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기량의 100%를 펼칠 수 없으면 프로로서는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이 은퇴하게 된 큰 요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2001년 AS 로마에서 리그 우승을 차지할 당시만 해도 절정의 기량을 뽐냈지만 이후 쇠락세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면서 늘 자신의 플레이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빅리그의 명문팀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그에 버금가는 팀에서 뛸 레벨과 충분한 여력을 갖고 있지만 팬들에게 최고의 모습만 기억시키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유니폼을 벗어던진 것이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나카타는 범상치 않은 행동과 사고로 20년 축구 생활 중 늘 '전진'해왔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오로지 경기력 극대화를 위해 선배를 존칭없이 호명, 일본 내에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고 일본 J리그 벨마레 히라쓰카 시절에는 버스로 이동할 때면 항상 어학 관련 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외국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에 이탈리아 세리에A에 진출해서는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기자회견을 갖는 등 일본 축구선수로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제대로' 했다. 나카타가 성공적으로 물꼬를 트자 이를 계기로 나카무라(셀틱) 다카하라(함부르크) 오노(일본 복귀, 우라와 레즈) 오쿠보(일본 복귀, 세레소 오사카) 등이 줄지어 유럽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또한 한때 몸담았던 J리그 히라쓰카(현 쇼난)가 재정난에 처했을 때는 개인 스폰서로 나서 구단을 돕는 등 남다른 정과 의리를 과시했다. 이제 나카타는 축구 선수가 아닌 실업가로 '제2의 인생' 개척에 나선다. 나카타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은퇴 후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과정(MBA)을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5년 프로 무대에 뛰어들 당시부터 계획했던 일이다. 당시 주위에서는 '무슨 소리냐'며 눈초리를 보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카타는 묵묵히 인생을 설계왔고 하나씩 실천해 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가을에는 투자 목적으로 미국 뉴욕에 한 빌딩을 구입하는 등 '예행 연습'을 마쳤고 음식업체 'MOC'가 올 해 새로 출범한 일본 여자축구리그의 메인 스폰서를 맡는 데 중간 다리를 역할을 하는 등 탁월한 경영 센스도 발휘했다. 이런 사업 수완은 일찌감치 나타났다. 인터넷이 생소하던 8년 전 나카타는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구축해 자기 목소리를 냈고 팬들과 교류해왔다. 이번 은퇴 발표를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한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를 마지막으로 지도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튼의 샘 알라다이스 감독은 "(나카타의 은퇴 소식은) 내게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카타는 미래를 생각하고 현 시점에서 그만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선수다. 그는 아시아 그리고 일본 축구의 얼굴로서 기억될 것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볼튼은 지난 시즌 내내 임대 중이던 나카타를 완전 이적시키느냐 마느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결론은 완전 이적 쪽으로 냈다. 하지만 그의 은퇴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나카타는 20년 축구 인생을 돌아보며 이런 말을 했다. "이 여행이 이렇게 길어진다고는 나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만큼 온 열정을 축구라는 데 쏟아부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일본의 스포츠 신문 은 "브라질에 패해 그라운드에서 원통한 눈물을 흘린 것이 나카타의 마지막 게임이 되고 말았다. 세계를 놀래킨 그의 킬러 패스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며 나카타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나카타가 이제 축구가 업이 아닌 다른 인생을 살아가겠지만 그의 모습은 언제나 팬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iam905@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