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괴물’ 대 96억 ‘한반도’, 무엇이 다른가
OSEN 기자
발행 2006.07.05 11: 15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설 한국형 블록버스터 두 편이 7월에 나란히 개봉한다.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가 13일 먼저 개봉하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27일 그 뒤를 잇는다.
요즘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제작비 100억원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미션 임파서블 3’ ‘다빈치 코드’ 1500억원, ‘수퍼맨 리턴즈’에 2500억원 남짓을 쏟아붓는 할리우드에 훨씬 못미치지만 국내 제작 여건상 100억원 투자는 손익 분기점을 잡기조차 쉽지않은 도박이다. 따라서 흥행이 보장된 감독과 출연진이 아니면 한국에서 블록버스터를 찍기란 불가능하다.
‘승부사’ 강우석 감독은 자타가 인정하는 충무로의 흥행감독이고 오랜기간 영화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실미도’로 한국 영화사상 처음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고 제작과 투자, 배급을 도맡아하는 충무로 토종 자본의 힘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순제작비 96억원을 들이고 조재현 차인표 안성기 문성근 강신일 등 호화 배역을 동원해 ‘한반도’를 만들었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괴물’과 함께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달말 첫 시사후 언론과 평단의 혹평과 비난을 들었다. 강 감독은 이에 대해 ‘민족주의 논란’ ‘참여정부와의 코드 논란’ ‘반일 논란’ 등 언론이 불필요하게 제기하는 논란 탓을 했지만 거꾸로 일각에서는 ‘논란 마케팅으로 한 몫보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
영화 흥행은 비평이나 비난에 좌우되지 않는다. 올초 언론의 몰매를 맞았던 ‘투사부 일체’가 700만 관객을 넘어서 코미디 영화 흥행 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 여부는 관객이 정하고 그 흐름은 결국 ‘입소문’이 좌우한다. 영화 마케팅에 수십억원씩을 쏟아부어도 그 약효가 먹히는 건 단지 개봉 첫주말 스코어일 뿐. 또 요즘처럼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가 나도는 세상에서는 언론의 띄우기도 별 무소득이다.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가족의 탄생’은 블록버스터 바람에 밀리고 제목,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컬트다운 느낌 때문인지 끝내 참패를 맛봤다.
‘한반도’ 역시 마찬가지. 이 영화가 실패할지 성공할지는 아무도 점칠수 없다. 다만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가 가능할 뿐이다. 여기에서 ‘한반도’는 낙제점을 받았다. 강 감독의 영화속 주장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한마디로 ‘재미 없는’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작비 96억원이란 큰 돈을 들이고도 영화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다.
수억원을 투입했다는 국정원 상황실은 그냥 평범한 세트로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일본과의 대치 국면은 옛날 ‘배달의 기수’마냥 군함들이 떠있고 전투기가 출격하는 상황에서 끝난다. 정부 종합청사 폭발 , 고택에서의 국새 발굴, 명성황후 시해 등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돼 블록버스터다운 면모를 보인다는 장면들에서 오히려 ‘에이~’하고 실소를 터뜨리게 된다.
도대체 96억원 제작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잘 모르겠다는 게 영화를 본 기자의 소감이다. 시사후 강 감독에게 ‘블록버스터 다운 액션이 없다’고 질문했더니 “블록버스터를 꼭 액션으로 이해하지 말아달라. 드라마 자체가 블록버스터일수도 있지 않겠나”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에 비해 ‘괴물’은 돈들인 티가 나는 영화다. 봉 감독이 “‘괴물’은 괴수가 등장할 뿐이지 괴수 영화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속 괴물은 드라마의 진행과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래도 한국영화로는 보기 드물게(비록 외국 제작진의 손에 만들어졌지만) 괴물의 CG 처리가 매끄러웠고 한강을 무대로 펼쳐지는 추격과 격투 씬 등은 손에 땀이 고이게 잘 처리했다.
봉 감독은 시사 전 무대인사에서 “재밋게 봐달라”고 인사말을 했다. 말 그대로‘괴물’은 미국 등 선진국의 환경 독선과 오만 등 사실 무거운 주제를 담고서도 시종일관 관객의 입장에 서서 스토리를 이끌었다. 대사 곳곳에 숨겨둔 재치와 위트로 관객들의 웃음샘까지 자극했다.
‘괴물’과 ‘한반도’의 차이는 여기에 또 한가지 있다. ‘괴물’은 관객이 최종 판단을 하도록 감독의 메시지를 한꺼풀 밑으로 묻어두고 간 반면에, ‘한반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윽박지른다. 첫 장면 사학자 조재현이 구민회관의 알기쉬운 역사교실을 찾은 주부들에게 “조선의 국모가 죽은 11월17일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여편네들에게 반말도 못해”라고 폭언을 일삼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영화와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못한채 ‘한반도’와 겉돌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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