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야구인들은 프로야구 구장에 관중들이 차지 않는 것에 한숨 소리가 크다. 독일 월드컵 축구의 여파가 큰 탓이지만 월드컵 열기가 가라앉고 있는 최근에도 좀처럼 관중들이 늘지 않아 야구계 인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야구인들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맹활약하며 국위선양 중인 '라이언킹' 이승엽(30.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도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이승엽이 연일 홈런포를 날리며 한국야구의 우수함을 일본에 알리고 국내 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때문에 한국야구가 뒤로 밀리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야구를 관장하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중계방송사가 미울 정도다. 한국야구 중계를 하면서 이승엽 타석만 잠시 보여주면 좋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관계자가 한탄하는 방송사는 이승엽 경기를 위성 생중계하고 있는 모스포츠케이블 방송이다. 이 방송사는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이승엽 경기를 생방송한 뒤 한국야구는 밤 10시 안팎부터 녹화로 방송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방송 행태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냐는 항변이었다. 한국야구 중계권을 산 방송사가 한국야구 위주로 편성을 해야지 어떻게 일본야구를 우선할 수 있냐는 주장인 것이다. 물론 이 방송사는 일본야구 중계권도 구매한 것이므로 편성권은 전적으로 방송사에 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마지막에 의미심장한 코멘트를 곁들였다. 이 관계자는 "한국야구 방송권을 직접 산 방송사를 비롯한 라이벌 방송사들이 일본야구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이 방송사를 배제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내년 시즌에도 이 방송사가 일본야구를 계속 중계하면 한국야구를 중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국야구를 홀대하는 방송사는 한국야구 중계권을 갖지 못할 수도 있음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가뜩이나 관중이 늘지 않아 고민이 많은 한국야구 관계자들에게 일본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은 '계륵'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승엽의 한일 프로야구 통산 400호 홈런을 축하하기 위해 도쿄돔으로 날아가 시상식도 가질 예정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부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승엽아, 제발 내년에는 메이저리그로 가라'는 주문이 쏟아져 나올 정도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대부분 한국시간으로 오전에 열리므로 저녁에 벌어지는 한국과 겹치지 않지만 일본은 야간경기 대부분이 한국과 동시간대에 열리기 때문에 이같은 주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종료 후 이승엽의 진로가 한국야구와 방송사간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