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주보다 더 달라는데 어떡합니까?".
광주 진흥고 우완투수 정영일(18)이 지난 6일 전격적으로 계약금 최소 100만 달러에 LA 에인절스와 입단에 합의하자 7일 오전 KIA측이 내놓은 반응이다.
KIA는 신인 1차지명을 해놓고 입단 협상을 진행하던 상태서 정영일이 갑가지 미국으로 방향을 틀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약 협상은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정영일 측은 “한기주보다 더 달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한기주는 지난해 입단 당시 신인 역대 최고액인 10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반면 KIA는 시장 가격을 감안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얼마 전 SK에 계약금 5억 원을 받고 입단한 초고교급 좌완 투수 김광현(안산공고) 수준을 생각했다. 일단 첫 만남에서 4억 원을 제시했고 향후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음 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워낙 양쪽의 입장 차이가 큰 데다 정영일 측에서 '한기주급'을 계속 요구해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절충점을 찾기도 전에 정영일은 LA 에인절스의 적극적인 베팅에 흔들렸고 미국 진출로 결판이 났다.
KIA는 “한기주보다 더 달라고 하는데 쉽지 않았다. 협상이라는 게 절충이 필요한데 그쪽에서 워낙 완강해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해태를 인수한 이후 KIA는 대규모 투자로 대어급 루키를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금액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투수가 2002년 김진우(7억 원)와 2006년 한기주(10억 원)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반부터 100만 달러를 베팅한 LA 에인절스에게 정영일을 놓치고 말았다.
한편 정영일은 오는 9일 오후 5시 광주 상무지구 마스터스 호텔에서 입단 공식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정영일과 부모, 그리고 LA 에인절스 스카우트 담당 인사들이 참석한다. 정영일의 입단 계약금은 100만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한기주의 10억 원과 엇비슷한 액수다.
프로 선수를 제외한 아마 선수의 미국 진출은 지난 2002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한 투수 정성기(효천고-동의대) 이후 4년만이고 고교생인 경우는 2001년 유제국 안병학 이승학 등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 아마추어 선수들은 국내 구단들이 높은 계약금을 제시하고 있고 미국에서의 높은 세금 문제와 낮은 성공 보장률 때문에 해외 진출을 꺼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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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