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18.진흥고)이 지난 6일 메이저리그행을 전격 선언하면서 그를 영입한 LA 에인절스에 시선이 모아진다. 에인절스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한국 출신 선수들에게 추파를 던지면서 눈길을 끈 팀. 이번 정영일 계약을 계기로 '코리언 마케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에인절스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한 가지 일관된 흐름이 발견된다. 실력과 잠재력을 갖춘 라틴아메리카 및 한국 출신 선수 영입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는 점이다. 에인절스의 정식 명칭은 다소 기형적이다. 'Los Angeles Angels of Anaheim'으로 서로 다른 2개 도시명이 한꺼번에 포함돼 있다. 지난 2003년 겨울 멕시코계 억만장자 아르투르 모레노가 구단을 인수한 뒤 불과 1년 여 뒤인 2005년 1월 명칭을 변경했다. 이유는 하나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마케팅 활동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웃 팀' LA 다저스의 위세에 밀려 구단 수익면에서 기를 펴지 못한 현실을 타파해보겠다는 의지다. 이 때문에 애너하임시와 구단 명칭을 둘러싸고 격한 법정 공방까지 벌여야 했다. LA는 자타가 공인하는 라틴계와 아시아계의 도시. 이곳에서 팬들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잠재적 팬층의 구미를 끌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이들과 한 핏줄인 선수들을 영입한다면 효과는 탁월하다. 현재 에인절스 25인 로스터에는 절반에 해당하는 12명의 중남미계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 에인절스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라틴 구단'으로 꼽힌다. 여기에 아시아계 출신 선수가 포함된다면 구단 고위층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우연의 일치인지 에인절스는 모레노 구단주 체제가 들어선 뒤 한국 선수 영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2003년 겨울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이승엽과의 교섭을 시작으로 최근 재미동포인 최현을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선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영일까지 확보한 것이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 동안에는 '에인절스가 이승엽 영입을 위해 작업에 들어갔다'는 지역 신문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의 보도도 있었다. 에인절스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계가 압도적인 연고지(오렌지카운티)를 가진 데다 최근 부쩍 LA 연고를 강조하는 배경을 감안할 때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풀이가 가능하다. 올 시즌 뒤 요미우리와 계약이 끝나는 이승엽 영입전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야구단의 최우선 목표는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있다. 실력이 없는 선수를 단순히 팬들과 연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끌어들이는 팀은 없다. 그러나 잠재력을 갖췄고 이에 상응하는 마케팅 가치도 지닌 선수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사키 가즈히로(은퇴), 스즈키 이치로, 조지마 겐지를 계속해서 영입해 '일본색'을 강화한 시애틀이 좋은 예다. 지난 1994년 박찬호(33.샌디에이고)를 시작으로 한국선수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팀은 다저스다. 그러나 이 팀은 지난 2004년 프랭크 매코트 구단주가 들어선 뒤 영입한 한국 선수들을 줄줄이 내보내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반해 에인절스의 최근 움직임은 10여 년 전 다저스의 그것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workhorse@osen.co.kr 지난 3월 에인절 스타디움서 벌어진 WBC 미국전서 돈트렐 윌리스로부터 홈런을 치고 뛰어나가는 이승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