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 이창호, 반상의 CEO로 새롭게 조명
OSEN 기자
발행 2006.07.11 12: 57

한국 바둑계의 개척자는 지난 2일 타계한 조남철 선생이었다. 그의 선구자적인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한국 바둑계는 아직도 미망에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남철 선생 이후 한국 바둑계는 김인→조훈현과 서봉수 양웅시대를 거쳐 이창호가 반상 천하를 평정하는 큰 흐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최근 최철한 박영훈 박정상 등 ‘무서운 아이들’이 독주하던 이창호 아성을 허물고 군웅할거 양상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창호가 세계 1인자라는 평가는 유효하다. 이창호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돌부처를 비롯 신산(神算), 소년 도인, 두꺼비, 인간컴퓨터 등 온갖 찬사로도 모자라는 바둑 천재 이창호의 진면목은 무엇인가. 그도 어느덧 서른 고개를 넘어 우리나이로 서른 둘. ‘이창호 인간학’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에 대한 본격적인 정밀 탐구서가 나왔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제목의 이 책을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관전기자로 오랫동안 지켜봐온 손종수 씨(48)가 펴냈다. ‘반상의 CEO 이창호 스토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인간’ 이창호를 바탕으로 ‘반상의 최고경영자’ 이창호로 지평을 넓혀 그 세계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바둑을 통해 이창호 9단의 삶과 철학을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은 ‘이창호처럼 보여지는 이창호’가 아니라‘이창호도 모를 수 있는 이창호’의 진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의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곁들여 그가 천재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 천적을 극복해나가는 연구와 노력, 그리고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한 자기 관리와 새로운 시도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창호를 탐구하고 있다. 이 책은 이창호가 이 시대의 한복판에 던지는 메시지를 전한다. 인생의 기로에 선 보통사람들에게 세계 최고의 승부사 이창호가 전하는 노하우를 전달해 준다. 저자는 이창호를 블루오션(blue ocean) 개척자로 규정했다. 일본이 400년 동안 축적한 3만 가지 이상의 정석을 훌쩍 뛰어넘어 세계 최고로 자리잡은 한국형 정석 대부분이 조훈현-이창호 ‘사제대쟁기(師弟大爭棋)’를 통하거나 이창호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창호의 매력은 승부를 뛰어넘는 독특한 순응과 겸양의 철학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저자는 갈파한다. 영국은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바둑에 관한한 이창호도 그런 존재다. 저자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 휩쓸려 인간 경영의 미덕을 잃어가는 이 시대 최고 경영자들에게 포용의 리더십, 겸손의 카리스마와 미학을 보여준 승부세계의 최고 경영자를 본받으라는 화두를 던진다. 청년기에 일가를 이루고, 국가의 경계마저 초월해버린 이창호, 한국의 이창호가 아닌, 세계의 이창호를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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