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후배들이 월드컵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속을 끓였을만 했지만 그는 달랐다. 오히려 한 단계 성숙해있었다. '패트리어트' 정조국(22)이 한 달 만에 치른 공식 실전 무대에서 1골 2도움으로 펄펄 날며 FC 서울의 승리를 책임졌다. 그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삼성 하우젠 2006 9차전에서 서울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서울이 선두까지 뛰어올라 우승까지 바라 보게 됐으니 정조국으로서도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질 만 했고 또 환하게 웃었다. 그는 경기 후 "팀 승리가 먼저였다. 1위에 오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가막히게 골냄새를 맡았다. 팀을 위해 욕심도 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전반 15분에는 김은중의 패스가 수비수를 맞고 튀자 득달같이 달려들이 머리로 선제골을 만들었다. 5분 뒤에는 김은중의 패스를 홀로 처리하지 않고 프리 상태에 있던 백지훈에게 논스톱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도왔다. 이어 후반 27분에는 수비수를 제치고 전북의 골키퍼 권순태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뒤로 돌아들어가던 히칼도에 패스를 건네 승리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그는 "(김)은중이형과 매일 같이 뛰고 형이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박주영, 백지훈 등 후배들이 월드컵에 출전한 데 대해서도 가볍게 웃어넘기며 그는 "월드컵을 국내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좋은 경기를 보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독일에 가지 못했지만 안에서 많이 배웠다"는 게 정조국의 말이었다. 청소년 대표팀의 스타였지만 프로에 와서 설 자리가 많지 않았던 정조국으로선 남모를 시련을 딛고 이미 크게 성장해 있었다. 이날로 프로 101경기를 뛰었으니 이제 중견급에 속한다. 또한 그는 "국내의 내로라는 스트라이커 가운데는 내가 가장 어리고 경험이 적지만 배운다는 자세로 하다보면 2010년에는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어요"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로 각오도 되새겼다. 다음 남아공 월드컵 때는 조국을 위해 뛰리라 '패트리어트' 정조국은 다짐하고 또 다짐한 듯 보였다. iam905@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