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함께 운 전북, '4골 도로 받아가네'
OSEN 기자
발행 2006.07.16 10: 21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 성적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던 전북 현대가 컵대회에서 FC 서울을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축구천재' 박주영의 인기에 힘입은 덕분에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역대 최다관중(3만 2110명)이 들어찼다. 전북 선수들은 구름처럼 몰려든 홈 팬들 앞에서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냈고 세트 피스로만 4골을 퍼붓는 신기의 득점포로 결국 4-0 승리를 따냈다. 전북은 연속골 행진을 벌이던 박주영의 골퍼레이드를 '4'에서, 서울의 연승 행진을 '3'에서 멈춰 세웠다. 전북으로서는 여러 모로 잊혀지지 않을 쾌승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흐른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전북은 서울의 적지에 뛰어들었다. 1년 전과 같이 똑같은 컵대회였고 비도 쏟아졌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모든 게 같았다. 행운의 징조로 받아들일 만했다. 만일 재현된다면 전북은 3위로 뛰어올라 컵대회 우승에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또한 전북으로선 앞서 지난 3월 한 차례 맞대결에서 무승부를 따낸 터라 이번에는 욕심을 냈다. 그렇게 되면 전기리그(7위) 부진도 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은 예전의 그 팀이 아니었다. 전북은 오히려 1년 전과 반대로 4골을 얻어맞았다. 경기 종료 직전 김형범이 프리킥으로 만회골을 터뜨리지 않았더라면 영패를 당할 뻔했다. 1-4 패배. 경기 후 최강희 감독과 선수단이 썰물처럼 모두 빠져나갔지만 그라운드를 멍하니 응시하며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전북 구단 운영팀의 양준식 과장이었다. 그는 "아쉽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며 지난해 '어린이날'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남기며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4골을 도로 받아가네요". 이날 패배로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전북은 4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중간 순위가 6위로 떨어져 컵대회 우승은 물건너간 분위기. 하지만 컵대회 상승세를 후기리그로 이어가 기필코 결실을 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다음 달 26일 후기리그 2차전에선 서울을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초반에 치고나가기 위해선 서울에 앙갚음을 해야 하게 됐다. 장마비 속에서 쓸쓸히 전주로 내려간 전북이 다가올 서울과의 리턴매치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iam905@osen.co.kr FC 서울-전북 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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