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이 확 달라졌다. 서울은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삼성 하우젠컵 2006 9차전에서 정조국 백지훈 히칼도(2골)의 골퍼레이드로 느긋하게 4-1 대승을 거뒀다. K리그 14개팀 가운데 가장 먼저 승점 20(6승2무1패) 고지에 올라선 서울은 우승을 가시권에 뒀다. 4경기를 남겨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파죽지세라면 타이틀 획득도 무리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서울은 전기리그에서 근근이 승점을 얻어가며 4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박주영 백지훈 김동진 등 월드컵 스타들과 정조국 김은중 이민성 김치곤 김병지 히칼도 등 화려한 스쿼드가 무색했다. 실점은 위에서 두 번째로 적게 했지만 득점은 13경기에서 13골, 경기당 1골에 머물렀다. 절반에 가까운 6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무승부 경기는 절반이 넘는 7차례나 됐다. 박주영은 골가뭄에 빠지는 등 공격진의 한 방 능력은 무뎠고 미드필드 플레이는 실종돼 수비에서 최전방으로 '뻥뻥' 질러주는 단순한 스타일의 경기가 계속됐다. 급기야 서울의 이장수 감독은 박주영에게 특별 비디오 과외를 하는가 하면 수비수나 미드필더를 맡던 김동진을 최전방으로 끌어올리는 극약 처방도 내려봤다. 하지만 이도저도 효력은 없었다. 이렇게 되자 이 감독은 "상대 팀이 너무 잠그는 경기를 한다", "승강제가 필요하다"며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랬던 서울이 180도 바뀐 건 컵대회에 들어서면서부터. 공교롭게도 월드컵 스타들이 빠져 나간 시점에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컵대회 1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3-1로 잡은 서울은 경남 FC, 광주 상무, 대전 시티즌, 제주 유나이티드를 줄줄이 돌려세웠다. 5연승. 월드컵 덕택에 출전 기회를 잡은 김승용 한동원 최재수 안태은 고명진 등 유망주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쏟아냈다. 경기당 득점도 1.7골(9경기 16득점)로 껑충 뛰었다. 실점도 8점으로 막았다. 서울의 한 관계자는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기존 전술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 단연 눈에 띄었다. 컵대회 초반에는 마치 유럽 프로축구를 보는 듯 아기자기하고 정교한 패스가 나왔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경기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 공수 전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고 패스가 간결해졌다. 미드필드에서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이날 정조국이 2도움을 올린 데서 볼 수 있듯 개개인이 욕심을 버리고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도 많이 나왔다. 이 감독을 전기리그 내내 근심에 빠뜨렸던 화력이 살아난 것도 고무적. 김은중과 정조국 투톱은 9경기에서 7골 8도움을 합작하는 등 찰떡 궁합을 맞췄다. 대회 초반 김은중의 파트너로 나선 신예 한동원도 3골을 터뜨리며 자기 몫을 다했다. 이 감독은 "제주 전지훈련에서 공수전환서 스피드를 강화하는 훈련을 했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한태유 히칼도 그리고 2군에서 올라온 김동석 등이 제 몫을 해주고 있는데 힘입은 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파괴력이 높아진 공격진에 대해서도 "(박주영을 비롯해) 투톱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경기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나간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편 "4골차로 앞선 후반 막판 집중력을 잃고 실점을 한 데 대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안양 LG 시절인 지난 2000년 정규리그와 이듬해 수퍼컵 우승을 끝으로 정상과 인연이 없었던 서울이 이 감독 부임 2년째를 맞아 첫 패권을 거머쥘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iam905@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