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LG, '하루 하루가 개혁의 과정?'
OSEN 기자
발행 2006.07.17 16: 17

"결국은 실력이라고 봐야 합니다. 우리 보고 선수층이 두텁다고 하는데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올라갈 만하면 추락하고 됐다 싶으면 다시 원위치다. 요즘 LG는 돌덩이를 메고 산꼭대기 근처까지 수없이 왕복하는 시지프스를 연상케 한다. 17일 현재 성적은 8개 구단 중 최하위. 유일한 승률 3할대(0.389)에서 머물고 있다. 4할을 넘기가 무척이나 벅차다. 7위 롯데와는 3.5경기차. 좁혀질 것 같으면 다시 벌어진다. 팀방어율 3점대(3.95)를 회복하며 이 부문 꼴찌를 모면했지만 투타의 언밸런스가 심각하다. 투수진이 호투하면 방망이가 침묵하기 일쑤다. 가끔씩 타선이 폭발하면 마운드가 힘을 잃는다. 지난달 7∼11일 올 시즌 최초로 4연승을 기록한 뒤 연승이 3경기 이상 이어진 적이 없다. 한 번 이긴 뒤 다음 경기서 바로 패한 경우가 4번이다. 3연패만 2번을 경험했다. ▲"이게 바로 우리 실력" 양승호 감독대행의 자가 진단은 결국 실력 문제다. "솔직히 말하면 LG는 못하는 팀이다. 타구단에서는 우리보고 좋은 선수가 많다고 하지만 이병규 박용택 마해영 정도를 빼면 그렇지도 않다. 야수 9명 중 5자리가 빈다. 유망주가 많다고는 하는데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없다"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현재 꼴찌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결국 기대 이하도, 의외의 결과도 아닌 현실일 뿐이라는 것이다. LG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다소 다르다. 90년대 후반부터 최강 전력을 자랑한 현대는 물론 이웃 라이벌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산도 LG를 '무서운 팀'이라고 인정한다. 김재박 현대 감독은 "좋은 선수가 많다. 지금 성적은 좋지 않지만 전력만 놓고 보면 무시할 수 없는 팀"이라고 했다. 김광수 두산 수석코치도 올 시즌 초 "LG에는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가 상당수 존재한다. 지금 성적만 놓고 왈가왈부할 수만은 없다"고 한 적이 있다. LG의 최근 7년간 성적을 놓고 보면 양 대행의 분석에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다. 99년 이후 정규시즌 순위로 평가할 때 4위 2번에 6위만 5번을 차지했다.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단 없는 개혁만이 살 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경우 앞으로의 대책이 나온다. 그래서 나온 선언이 '중단 없는 리빌딩'이다. 순위에는 연연하지 않는 대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키워 내년 이후 즉시 전력감으로 기용한다는 계획이다. 오태근 박병호 최길성 이대형 이성렬 박경수 등을 꾸준히 기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망이 없다"는 최종 진단이 나오지 않는 한 최대한 기회를 주고 성장 가능성을 엿볼 작정이다. 양 대행은 지난 14일 수원 현대전을 앞두고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한 선수에게 30경기 정도 출전 기회를 제공한 뒤 '아니다'고 판단될 때면 또 다른 선수에게 비슷한 기회를 부여한다. 이러다 보면 시즌이 훌쩍 지나가고 그 자리는 여전히 약점으로 남기 마련이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만이 살 길'이라고 그는 믿는다. 전임 감독과 후임 감독 사이의 공백이 생긴 요즘이 과도기인 만큼 최대한 젊은 선수들을 중요하겠다는 방침이다. 때로는 '채찍'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부진했던 한 스타급 선수를 불러놓고 혼쭐을 낸 적도 있다고 그는 토로했다. 한국적 현실상 프로 구단이 전면적인 리빌딩에 착수하기는 불가능하다. 붙박이 주전이 중심을 잡아주면 취약 포지션에 기대 받는 신인을 한두 명 기용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 그런 점에서 LG는 역설적이게도 행복하다. 한 해 농사 잘 지어 수 년간 배부르게 지낼 수 있는 토대를 구축 중이기 때문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와신상담'이란 고사성어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앞으로의 희망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LG에게 요즘 하루하루는 금덩어리처럼 귀중한 시간이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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