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징계로 면죄' 제주, 세리에A였다면?
OSEN 기자
발행 2006.07.19 13: 36

"죄송합니다". "아시면 됐어요. 저희도 팬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16일 포항-제주전 몰수게임건을 놓고 18일 프로축구연맹은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무려 3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가 벌어졌다. 요약하자면 결론은 위와 같이 나타났다. 이와 같이 추려보니 상황을 그렇게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는 게 김원동 연맹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는 "죄송합니다"란 한 마디로 끝이났다. '징계 없이 제주의 사과문 발표'였다. 몰수게임으로 치달은 과정에서 연맹 홈팀 원정팀 사이에 기본적인 신뢰를 잃을 만한 악의적인 감정이 개입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건설노조원 점거 사태, 장마)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났던 사실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프로경기가 취소된 일이 징계없이 넘어갈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는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여러 개 달린다. ▲좋은 소식만 나와야 K리그 발전? 긴급 이사회가 끝난 뒤 김 총장은 "연맹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연맹의 진행이 미숙했다", "이사회는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다. "앞으로 절대로 경기가 중단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팬들에게 약속한다", "'말로만 그런다'는 질책도 잘 알고 있다. 연맹이 하루 하루 변화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재차 삼차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알맹이였던 후속 징계에 대한 사항은 제주의 정순기 단장이 사과하는 선으로 매듭지어졌다. "새롭게 나선다는 게 좋은 것이지 징계 내리고 하는 그런 나쁜 모습을 보이는 것은 팬들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입니다"라는 말로 징계를 덮었다. 어두운 면은 무조건 감춰야 할까. 그러면 팬들은 좋아하고 경기장을 찾을까. "앞으로 모든 경기는 '룰' 속에서 강력히 집행할 것이다"라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세리에A는 지금 어떤가. 소위 '빅리그'로 불리는 세리에A란 프로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 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서는 최근 승부조작 혐의로 리그 최다 우승팀인 유벤투스 및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이 줄줄이 2부리그(세리에B)로 강등됐다. 그것도 모자라 마이너스 승점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AC 밀란에도 한 짐이 씌워졌다. 이는 한국과 분명 사정이 다르고 사안 자체도 경중에서 크게 차이를 보인다. 세리에A측이 앞장 서서 징계를 진두지휘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 사고에 대해 분명한 '룰'을 보여준 사례로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해진 틀 안에서 벗어난다면 징계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K리그에서 말하는 '동업자 정신'은 이것이 아닐까. 잘못을 시인했다고 쉬쉬하며 덮어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세리에A에서 만일 이번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죄송하다"라는 말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을 해보는 것은 무리일까. iam905@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