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모우, "다카쿠라 켄은 나에게 특별한 존재"
OSEN 기자
발행 2006.07.21 10: 00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영웅’ ‘연인’의 블록버스터를 찍던 장이모우 감독이 오랜만에 작은 영화를 들고 왔다. 일본의 국민배우 다카쿠라 켄을 주연으로 등장시킨 ‘천리주단기’다. 마치 눈 먼 소녀와 가난한 중년 노동자의 가슴 저미는 우정을 그린 ‘행복한 나날’(2000년)으로 돌아온 느낌. 장이모우는 그런 감독이다. 드라마 ‘붉은 수수밭’(1988)의 감동에서 숨돌릴 틈없이 SF액션 ‘진용’(1989)으로 상업영화의 재미를 챙기더니 다시 ‘귀주이야기’(1992) ‘인생’(1994) 등에서 잔잔하게 삶을 묘사했다. 누런 황하가 구비 구비 흐르듯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강 약으로 변화시켜가는 그가 ‘천리주단기’ 개봉에 앞서 수입사를 통해 인터뷰에 응했다.
- 투자 규모로 볼 때 작은 영화인데 크랭크업까지 5년이 걸렸다.
♦ 사실은 10년 걸렸다. 중일 영화 페스티벌에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을 만났고 함께 영화를 하기로 바로 동의했다. 다만 실행에 옮기기까지 오래 시간이 흘렀다. 중 일 합작 영화라지만 일본에서 자란 일본 남자의 감정과 스타일 등을 중국인이 단숨에 표현해 낸다는 것이 힘들었다. 시나리오 작업에 신중을 기했고 많은 자문을 구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 공리, 장쯔이 같은 신인 발굴을 좋아하는 당신이 이번에는 일본의 국민 배우 다카쿠라 켄과 호흡을 맞췄다.
♦다카쿠라 켄은 젊은 시절 좋아했던 배우라서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은 매우 특별하다. 영화를 위해 그를 처음 만났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내 영화에 출연해 줄 것을 부탁했을 때 행여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내가 힘들게 만들어낸 스토리를 싫어했다면 다시 그를 위해 모두 고쳤을 테지만 다행히 그가 마음에 들어했다.
- 거대한 스케일의 ‘영웅’ ‘연인’은 흥행에도 성공했다. ‘천리주단기’로 다시 작품영화에 복귀한 이유는.
♦복귀란 표현들을 하는데 그런 건 아니다. 최근작들인 ‘영웅’과 ‘연인’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사실 나는 훨씬 상업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단지 우리에게 허락된 여건이 많은 돈을 제작비로 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에 맞는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왔다고 생각한다.
- 아버지와 아들간의 ‘부정’을 소재로 다뤘다.
♦세상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만큼 특별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난 부모의 사랑을 선택할 것이다. 영화 ‘천리주단기’에서 나는 그런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 난 부모님으로부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란 이야기는 자주 들었지만 아들로서 최선을 다하란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나의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셨고, 어려울 때마다 항상 나에게 힘이 되어 주셨던 부모님의 임종 순간에도 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자식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이다. 이상하리만큼 그 특별한 사랑은 여전히 내 가슴 속에 담겨있다.
- 제목 ‘천리주단기’는 무엇인가,
♦천리주단기는 중국의 고전 ‘삼국지’ 중에서 조조에게 생포된 관우가 유비와의 의리를 지키려고 탈출해 떠나는 고된 여정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에서는 이를 소재로 한 경극이 유명하다. 영화에서는 아들과 아버지를 이어주는 중요한 소재이지만 영화 외적으로 보면 5년이란 오랜 기간을 준비하는 동안 나와 다카쿠라 켄 사이에 존재했던 일종의 믿음과 우정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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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픽쳐스 릴리징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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