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닙니까?" "이 정도야 뭘. 나도 스윙이라면 자신 있다고".
덕아웃에 한 바탕 웃음꽃이 핀다. 1980∼90년대 프로야구판을 주름잡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다시 유니폼을 입고 한 자리에 나섰다. 23일 인천 문학구장. 장마가 그친 뒤 햇님이 모습을 방긋 드러낸 일요일 오후. 이곳에선 의미 있는 야구 경기가 열렸다.
연예인 올스타와 SK 와이번스의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 연합팀이 푸른 잔디 위에서 '백구의 잔치'를 벌였다. 이 경기가 뜻깊은 이유는 최근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재난을 겪고 있는 수재민들에게 재기의 꿈과 희망의 행복 날개를 살려주기 위해서다.
야구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자는 구단 안팎의 의견이 모아져 열린 행사로 선수단 전체가 한 마음 한 뜻이 됐다. SK텔레콤, 코오롱 세계일주, 피닉스, 엠게임 등의 적극적인 협찬도 뒤따랐다.
오후 2시 30분부터 1루측 스탠드에서 열린 사랑의 바자회에선 선수단이 기증한 각종 물품을 팬들에게 판매해 수재민들을 위한 기금을 모았다. 화려했던 현역 생활을 떠올리며 들뜬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안타 및 홈런을 쳐서 얻은 상금을 선뜻 성금으로 기탁했다.
행사가 의미 있었던 만큼 선수들의 각오도 대단했다. 80년대 유명했던 '꽃미남'이자 올스타 중견수로 명성을 떨친 박종훈 코치는 자신이 좌타자임을 상기시키며 "연예인 팀의 기량을 감안해서 오늘은 우타석에 들어서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첫 타석서 어이없는 헛스윙을 한 뒤 곧바로 반대 타석에 들어서는 투지(?)를 발휘했다.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노익장을 과시한 신영철(51) 사장은 의욕 넘치는 스윙으로 삼진을 당한 뒤 "밖에서 보는 것 보다 공이 굉장히 빠르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첫 두 타자가 맥없이 물러난 다음 SK의 '프로출신'들은 곧바로 실력을 발휘했다. 지난해까지 현역으로 활약한 김기태 코치는 우익선상을 빠지는 단타로 여전한 위력을 과시했고, 왕년의 강타자 김성래 코치는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로 선취타점을 올렸다.
2회에는 송태일 코치의 중전안타에 이은 장재중 코치의 좌월 홈런이 터지면서 "프로는 역시 프로"라는 탄성이 관중석에서 쏟아졌다. 송 코치는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유니폼 상의를 벗어 제끼는 세리머니까지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붉은 색 언더셔츠 위에는 '인천 야구 ♡'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박수와 환호 웃음이 그치지 않은 경기는 연예인 올스타가 의외로 선전, 5-5 무승부로 끝났다. 어차피 승패는 의미가 없었던 만큼 고난에 직면한 이웃을 돕는다는 뿌듯함과 따뜻함이 선수들 얼굴에 뚜렷이 각인돼 있었다.
박철호 SK 홍보팀장은 "프로야구 사상 자선을 목적으로 한 야구대회는 오늘이 처음일 것"이라며 "오늘만큼은 이웃을 위해 우리 모두 한 마음이 됐다"고 말했다.
근엄한 정장 대신 흰색 와이번스 유니폼을 차려입은 신 사장은 "내년에도 이 같은 성격의 야구대회를 열겠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의미 있는 경기를 매년 개최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와이번스라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모은 총금액은 3100만 원, 안타와 홈런 등 공격 기록 및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1130만 원, 바자회에서 270만 원, 의류협찬으로 800만 원을 모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민 우익수' 이진영이 모은 '사랑의 적립금' 700만 원으로 강화도 쌀을 구입, 수재민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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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신영철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자선 경기 기록 및 이벤트를 통해 모금된 의연금을 기탁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인천=박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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