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 어릴 적 트라우마가 낳은 잔혹 살인극
OSEN 기자
발행 2006.07.26 10: 36

‘학생들은 선생이 바른 매니큐어 색깔조차 기억한다.’ 선생에겐 하찮은 일도 어린 학생들에겐 크게크게 보이는 법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말이라도 그 말이 선생으로부터 나왔다면 돌이 될 수 있고 맞아 죽진 않겠지만 어린 학생들에겐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미자(서영희)를 제외한 세호(여현수) 순희(이지현) 은영(유설아) 달봉(박효준) 명호(이동규) 정원(장성원)은 모두 초등학교 시절 담임이었던 박 선생(오미희)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런 그들이 16년 만에 박 선생과 재회한다. 나쁜 기억과 함께. ‘스승의 은혜’는 그 지점에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1악장’을 켠다. 공포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다. 박 선생과 학생들 간의 이야기가 하나씩 베일을 벗을 때마다 피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렇듯 ‘스승의 은혜’는 전형적인 플래셔 필름 스타일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카메라를 쫓아 시선을 옮기면 된다. 유혈이 낭자한 잔혹한 장면에서 잠깐 시선을 돌려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별 무리가 없다. 허나, 결말이 예상되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고정시키게 되는 것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에 있을 것이다. 촌지, 체벌, 성추행, 차별대우 등으로 참교육의 의미를 상실한 곳에서 영화와 같은 재앙이 배태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끔찍하다. 그래서 배우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교훈이 있는 공포영화라고. 물론 공포영화다 보니 교훈만으로 끝나지 않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허를 찌를 정도는 아니지만 그 반전이 느슨했던 스토리의 연결고리를 탄탄하게 조여 줌으로써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엽기적인 살인 방법이 잔인하지만 교훈적인 메시지도 들어있는 작품인 만큼 평도 무난하다. 초등학교 졸업 후 16년 만에 재회한 스승과 제자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복수극 ‘스승의 은혜’는 8월 3일 개봉된다. oriald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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