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프로야구계의 미스터리다. 선수단 면면만 놓고 보면 보잘 것 없지만 웬만한 스타군단의 부러움을 한꺼번에 산다. 매년 '꼴찌후보군'에 포함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결과는 다르다. 올 시즌도 현재 4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두산은 선수단 운영에 있어 한 가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이름값'이 성적을 보장해주는 수표는 아니라는 확신이다. 웬만한 프로 선수라면 기회가 주어질 경우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두산은 명성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즌 초 두산의 한 관계자는 "스타를 보유하고 있으면 좋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지 경기 경험만 쌓으면 얼마든지 주전으로 발돋움할 선수는 어느 구단이나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김승회 등 키워낸 스타 즐비 이 말은 사실이다. 적어도 두산에게는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밑바탕이 이재우-정재훈으로 구성된 불펜의 원투펀치에 있었다는 데 팀 관계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휘문고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 시즌 초반만 해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었지만 프라이머리 셋업맨과 붙박이 클로저로 임명된 뒤 삼성의 'KO(권오준-오승환) 펀치'와 함께 가장 강력한 불펜을 형성했다. 지난 겨울 이재우가 군입대한 뒤에는 새로운 걱정이 돋아났다. 도대체 누가 그의 공백을 메우느냐가 가장 큰 근심거리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김경문 감독과 윤석환 투수코치는 불안한 기색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의 마법은 올해에도 재현됐다. 2003년 두산에 입단한 뒤 1승에 그쳤던 김승회가 그 역할을 떠맡으면서 8개 구단 중 손꼽히는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올 시즌 38경기서 5승 1패 방어율 2.19를 기록한 그는 2년차 김명제와 함게 두산 중간계투진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팀보다 자기 챙기는 선수는 필요 없어" 선수단을 총괄하는 김 감독은 한 가지 분명한 지론을 갖고 있다. 자신만 생각하는 선수, 팀보다 개인 기록에 연연하는 선수는 필요 없다는 확신이 그의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배터리코치 시절 일부 선수들의 이기적인 성향을 목격한 그는 감독 부임 후 곧바로 선수단 정비를 단행했다.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들을 과감히 내보내고 그 자리를 가능성 있는 신예들로 채웠다. 몸값 비싼 '검증된' 스타들을 끌어들이는 대신 능력은 있지만 경기에 나설 수 없었던 선수들을 믿고 중용했다. 정재훈 이재우 김승회가 투수진의 성공사례라면 야수 중에서는 손시헌 고영민 나주환 정원석이 대표적이다. 타율 2할8푼4리를 기록 중인 손시헌은 이미 올스타 유격수로 자리를 굳혔고 나주환과 정원석도 내야진의 한 축을 든든히 담당한다. 지난달 4일 잠실 LG전서 무릎 근육통으로 한 동안 제외됐던 정원석은 지난 25일 잠실 LG전서 오랜만에 모습을 비치며 안타를 기록했다. 정원석은 비록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팀 유일한 3할(0.313) 타자다. ▲"스타? 없으면 키우면 돼" 두산의 이 같은 운영을 다른 구단에선 쉽게 따라할 수 없다.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경험 풍부한 주전들을 중용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후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가 어렵다. 최근 모 구단 감독은 "두산은 선수 기용에서도 뚝심이 있다. 안될 것 같은 선수들을 성적에 관계 없이 꾸준히 기용하다보니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다. 그렇게 경험을 쌓은 선수들은 다음 시즌이면 어느덧 주전으로 도약해 있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타가 있으면 좋되 없으면 키운다'는 두산은 올해에도 가을잔치 참가를 바라보고 있다. 4강을 확정할 경우 김 감독 부임 이후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개인적인 금자탑을 쌓게 된다. 김 감독은 그런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개인적인 성취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면에 숨겨진 승부욕을 감추지는 않았다. "순위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우선 4강을 확정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도자의 인내외 신뢰, 선수의 부응으로 이룩한 두산은 또 한 번 도약을 준비 중이다. 선수는 이름이 아닌 실력으로 말한다는 두산의 성공신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또 한 번 야구계의 분석거리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