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극장 이준기 이문식 주연의 ‘플라이 대디’ 시사회.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꽃미남 이준기가 주인공을 맡았으니 여자 관객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건 당연한 이치일까. 그렇다면 여성의 눈으로 본 ‘플라이대디’는 과연 어땠을까?
‘플라이 대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전부 남성이다. 미미한 존재로나마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는 엄마와 딸 등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그 중심에 39살의 소심가장 장가필(이문식)이 있다. 일본의 인기소설을 영화로 만든 제목 그대로 소심한 가장 장가필이 가족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슈퍼맨처럼 솟구쳐오르는 비상을 그렸다.
‘플라이 대디’는 영화 내내 아무리 평범하고 보잘것없던 남자도 아버지라는 옷을 입으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디와 뗄레야 뗄수 없는 마미, 즉 어머니에 대해선 그 존재의 의미마저 퇴색되게 만들었다.
물론 버디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여성의 존재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영화속 모성을 나약하고 소극적인데다 가장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존재로 묘사하는 바람에 여성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랑하는 딸이 폭행을 당했는데도 소리 죽여 울기만하는 엄마, 익은 감이 떨어지길 바라듯 대책 없이 소심한 가장만을 쳐다보는 엄마, ‘플라이 대디’의 수동적 모성은 객석에 앉은 여자 관객들이 자꾸 몸을 꼬도록 강요한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격언이 적어도 ‘플라이 대디’ 안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스크린 속에 약한 여자는 있어도 강한 어머니는 찾아볼수 없었기 때문.
사실 딸과 엄마 사이 모성의 실종은 투 톱 남자 주인공들이 주는 폭포수 감동에 그냥 묻혀버릴수도 있다. 39살 소심 가장 장가필이 19살 ‘쌈짱’(싸움고수) 승석을 만나 스승으로 삼고 딸의 복수를 위해 눈물겨운 특훈을 참아내는 과정은 황당하긴해도 코믹하고 재미나다. 여기에 딸을 위해 죽을 각오로 힘든 훈련을 자청하는 아빠의 모습은 어느 순간 진한 감동까지 안겨준다. 그 속에서 여성의 실추된 이미지는 황당한 설정과 웃음, 감동에 묻혀 바람과 함께 사라졌을 뿐이다.
부성을 살리느라 모성을 찍어누른 ‘플라이 대디’에 여자로서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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