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인기는 덧없는 것, 2년 반 만에 차 팔았다”
OSEN 기자
발행 2006.07.27 16: 55

2년 반 전, ‘우격다짐’으로 인기 절정에 있던 한 개그맨이 “이제 개그는 안 하겠다”며 홀연히 브라운관을 떠났다. 그리고 대학로 연극판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왠지 ‘연기자’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그가 돌아 왔다. 이정수가 개그맨이 아닌 연기자가 되어 돌아왔다. 7월 31일 첫 방송하는 SBS 새 아침드라마 ‘맨발의 사랑’(이도영 극본, 김정민 연출)이 그 첫 번째 무대이다. 이정수는 이 드라마에서 개그우먼 김효진과 함께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개그맨이 싫다”고 떠났던 이정수의 첫 배역이 개그맨이 되기를 꿈꾸는 개그맨 지망생이다. 그러나 대학로 연극판에서 배우의 마음가짐을 배운 이정수는 전혀 상관없다고 말한다. “드라마 전개 상 꼭 필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뿐이다. 최근에 찍은 다른 작품에서는 채찍으로 얻어 맞는 장면도 찍었다. 개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개그맨’ 이정수를 ‘배우’ 이정수로 만든 배경은 ‘인기의 덧없음’과 ‘연극판의 배고픔’이었다. 이정수는 “연극판으로 뛰어들 때는 나름대로 어깨에 힘이 있었다. 인기 개그맨이라는 배경이 도움도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 거품이 꺼지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연극판에서 개그맨의 명성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니 아무것도 보여 줄 것이 없었다. 무대는 냉정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연극판의 배고픔이야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정수는 몸소 체험도 했다. “연극을 시작할 때 나름대로 돈도 좀 모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연극 무대 2년 반만에 갖고 있던 차를 팔았다”고 했다. 이정수는 이 모든 말을 특유의 익살을 섞어가면서 했다. 그러나 그 익살 속에는 굵직한 뼈가 숨어 있었다. 이정수가 들려준, “배우는 내 고뇌를 남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 어느 연기자 선배의 교훈이 깊이 다가온다. 100c@osen.co.kr 박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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