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장대비가 쏟아지는 28일 저녁. 서울 용산 CGV 매표소의 상영시간 안내 모니터에는 빨간색 ‘매진’ 글자가 유난히 많았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관객이 몰렸기 때문. 서울 시내 다른 대형극장들도 사정은 이와 비슷했다. 한국영화 사상 유례없는 전국 620개 스크린 개봉, 개봉전 예매율 90%, 첫날 관객 45만명, 칸느영화제와 국내 시사서 기립박수 등 지금까지 ‘괴물’에 쏟아진 관객과 평단의 호응도를 감안할 때 개봉 첫 주말 매진 사례는 별로 흥분할 일도 못된다. 개봉 전 제작사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영화를 띄울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음란 마케팅이나 고급 외제 승용차까지 선물하는 경품 행사 등이 열리고 출연배우들은 TV 오락프로에서 뿅망치로 머리를 맞으며 영화 홍보를 벌이고 있다. 그게 현실이다. ‘괴물’을 빼고는.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 ‘괴물’의 주인공들은 홍보성 TV 출연을 삼갔다. 특급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와 매체 광고 규모는 컸지만 ‘괴물’의 마케팅 역시 정도를 걸었다. 그래도 언론에서는 앞다퉈 ‘괴물’ 관련 기사를 싣기에 바빴고, 인터넷 포털들의 인기 뉴스로 떠올랐다. 이제 제작사 청어람이 걱정하는 건 ‘괴물’에 대한 기대 과열과 오버 액션이다. 최용재 대표는 “직원들조차 조금 더 겸허한 자세로 결과를 기다리자는 분위기다. 나도 ‘괴물’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영화 흥행이란 쉽게 점칠수 없는 일이고 전적으로 관객들의 판정에 달렸다”고 오히려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그는 큰 돈을 믿고 투자해준 투자자들에게 “800만 관객 동원도 가능하지 않겠나”는 속내를 넌지시 비춘 적이 있다. 흥행 결과에 가장 조바심 낼 투자자들에게 제작자가 자신감을 심어줘야했던 때다. 언론 앞에서 그는 “영화 흥행 스코어를 예상하는 건 제작자가 할 도리가 아니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괴물’은 이번 주말 스크린 수를 670개로 더 늘린다. 역대 최다 스크린이다. 마땅한 경쟁작도 없고 40여일째 계속되는 장마로 성수기 극장가는 손님 맞이에 더욱 분주하다. 대박 흥행에 좋은 조건을 골고루 갖춘 셈이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자만에 빠지는 게 가장 위험하다”며 여전히 안절부절하고 있다. 당연한 반응이다. 영화 대박의 바른 예측은 2주차 주말 스코어를 보고나서야 짐작이 가능하다. 한국영화가 제작 과열 현상을 빚고 있는 올해 극장가에는 ‘첫 주말 @@@만 관객’을 외친 작품들이 다수였다. 출연 배우 지명도와 마케팅, 배급의 힘으로 첫 주 스코어를 내고는 다음 주말부터 날개없이 추락하는 경우가 곧잘 목격됐다. 관객 1000만명 영화란 ‘왕의 남자’가 입증했듯 관객 입소문을 타고 2주차부터 뒷심을 발휘해야 가능한 일이다. ‘괴물’ 제작진이 개봉 첫주의 들뜬 분위기를 잊고 겸손한 자세로 관객 평가를 기다리는 게 그래서다. 자만은 곧 적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