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감독, '코끼리'의 전철을 밟을까?
OSEN 기자
발행 2006.07.30 11: 03

[OSEN=이선호기자]김재박 감독은 김응룡 감독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2006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김재박 현대 감독. 올시즌 현대와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 김 감독의 행보가 벌써부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현대에 남느냐 아니면 다른 팀을 맡느냐'를 놓고 여러 가지 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0년 해태에서 삼성으로 옮겼던 김응룡 삼성 사장의 행보가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김재박 감독이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일구며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이었던 김 사장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당시 김응룡 사장은 해태 사령탑으로 18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팀은 99년 4강 진출 실패와 함께 2000년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모기업의 부도로 지원이 사실상 끊기면서 선수들의 트레이드를 통해 겨우 운영해가고 있었다. 이미 99년말 삼성 이적 파동을 일으키고 1년 계약으로 주저앉았던 김응룡 감독의 삼성행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삼성측과 여러 차례 접촉을 갖고 있던 징후도 있었고 시즌 중에 이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팀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게 문제였다. 이왕이면 좋은 성적을 올린 뒤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삼성 유니폼을 입는 모양새가 좋았지만 당시 해태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다. 그런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일이 있었다. 바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것이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노욕'이라는 비판을 들었지만 김 감독은 무사히 지휘봉을 잡았고 시드니올림픽에서 예선리그 부진과 선수들의 도박 파동을 딛고 일본을 연파, 동메달을 따냈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활짝 웃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김응룡 감독은 그해 말 올림픽 동메달의 프리미엄을 안고 삼성으로 옮겼다. 김 사장은 당시 이적 과정에서 돈에 팔려간다는 인상을 받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그래서 찾은 이적 명분이 바로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말 그대로 후계자로 지목받았던 김성한 감독이 해태의 3대 사령탑으로 뒤를 이었고 '코끼리' 김응룡은 모양새 좋게 삼성으로 이적했다. 물론 김응룡 감독이나 지금 김재박 감독의 주변 여건이나 상황을 보면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기저기서 탐내는 눈길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적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현대에 남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창단 감독으로 11년째 이끌어온 현대는 자신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김재박 감독은 속내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아직 시즌 중인 데다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선전 중이라속시원히 말할 처지도 못된다. 만일 옮긴다면 명문을 찾을 것이다. 만일 남는다면 의리를 지켰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과연 '그라운드의 여우'는 어떤 선택을 할까.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