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규민(21)은 독특한 투수다. 불펜에선 병든 닭처럼 비실비실하지만 마운드만 올라가면 변신한다. 두 눈을 반짝이며 언제 그랬냐는 듯 상대 타자와 정면승부를 즐긴다.
공도 달라진다. 무브먼트가 가득 실린 직구를 뻥뻥 꽂는다. 몸쪽 승부를 마다하지 않는다. 사(死)구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시즌 26개의 사사구 중 8개가 몸에 맞는 공이다.
우규민은 올 시즌 41경기(54⅓이닝)에 등판, 3승 3패 방어율 1.49라는 초특급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각팀 마무리 투수 가운데 방어율 3위에 해당한다. 삼성 오승환(51이닝 1.59)과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다. 프로야구 최고 구원투수급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세이브 숫자만 놓고 보면 할 말이 없어진다. 뒤늦게 붙박이 마무리로 임명된 탓이지만 7세이브라는 수치는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다. 1위 오승환(29S)과의 차이는 20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유가 있다. 아무리 잘 던져도 세이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이브 숫자가 마무리 투수를 평가하는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례를 그는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우규민은 지난달 5일 대전 한화전부터 19일 잠실 SK전까지 등판한 4경기서 모두 세이브를 챙겼다. 그리고는 아직까지 개접휴업 상태다. 올스타 휴식기와 장마가 겹치긴 했지만 본인이나 팀 모두에게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사직 롯데전서는 7-7 동점 상황에서 등판해 3이닝 역투를 했지만 역시 개인 기록과는 인연이 없었다. 방어율을 낮춘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우규민은 구원 투수 치곤 스태미너가 굉장하다. 아직 물불 안 가릴 때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마운드를 지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3이닝 이상 책임진 경기가 4번, 2이닝 이상을 포함하면 7번이나 된다. 덕분에 LG의 '뒷문 걱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우규민은 오는 12월 열리는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로 태극마크를 달 꿈에 젖어 있다. 야구계에서도 대표팀 합류 1순위 후보군으로 그의 이름을 거론한다.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낸 신예들이 여럿 있지만 구원 투수 중에선 우규민이 독보적이다.
비록 팀 성적은 처졌지만 향후 수 년간 활용할 수 있는 확실한 클로저를 LG는 확보했다. 마무리 부재로 몇년째 허덕이던 악몽은 어느새 말끔히 사라졌다. 우규민이야 말로 올 시즌 LG가 건진 가장 빛나는 보석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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