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어트' 정조국(22.FC 서울). 그가 달라졌다. 요새 정조국은 항상 웃으며 플레이를 한다. 포지션이 스트라이커이기에 상대 미드필더, 수비수들과 '충돌'하기 일쑤지만 행여나 자신이 태클을 당해 상대 선수와 넘어지더라도 먼저 손을 내밀 정도로 '젠틀맨'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경기 중 팀 동료의 패스가 어이없게(?) 크게 빗나가 볼을 잡지 못했을 때도 나무라거나 인상을 찡그리지 않고 그 동료를 향해 머리 위로 손을 들어 박수를 쳐주는 선수가 바로 정조국이다. 최근 그는 경기 후 인터뷰할 기회가 많아졌다. 전기리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김은중과 박주영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컵대회 들어 2골 3도움을 올렸다. 빼어난 기록은 아니지만 또 다른 스트라이커 김은중의 파트너로 나서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찬스를 만들어 팀 승리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전기리그에서 13골에 그쳤던 팀 득점이 컵대회에서 20골로 대폭 상승한 점은 '정조국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대표팀에 뽑혀 지난 1,2월 해외 전지훈련에 참가해 주가를 올렸지만 기대했던 6월 독일행 비행기에는 오르지 못했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아 '연습생'으로 한일 월드컵에 참가했었던 그는 4년 뒤에는 '진짜 선수'로 나서기를 원했었다. 낙담할 만했다. 실제로 서울의 이장수 감독은 "(정조국이) 대표팀에서 탈락해 풀이 많이 죽어있었고 그 영향인지 돌아오자마자 부상을 당했다"며 정조국이 가졌을 '충격'에 대해 낱낱이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근 무섭게 기세를 올리고 있는 정조국에게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길래 이리도 잘 하고 있는걸까. 6월 한 달 동안 TV에서 월드컵 경기가 나올라치면 채널을 돌려버리진 않았을까. 아니다. 오히려 반대였다. 그는 어느 시점을 계기로 자신이 달라진 것 같냐는 질문에 "독일 월드컵"이라고 단언했다. 대회 기간 월드컵 경기를 빼놓지 않고 지켜보면서 스스로를 키웠다고 했다. 소중한 기회를 어떻게 버릴 수 있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세계축구 흐름을 알 수 있는 데도 도움이 됐고 스트라이커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많은 점을 느낄 수가 있었다"고 설명한 그는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겸손해했다. "예전에는 '내가 먼저'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지금은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팀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정조국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대표팀 탈락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조광래 전 감독과 이장수 감독의 역할이 컸다. 조광래 감독과는 전화를 주고 받으면서 위로와 충고, 조언을 구했다. 이 감독은 눈에 띄게(?) 장난을 걸면서 정조국을 달랬다. 정조국은 오는 6일 소집되는 '1기 베어벡호'에 참가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세대교체를 '모토'로 삼은 베어벡 감독은 22세의 정조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2002년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 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결승골을 터뜨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화려했던 청소년 시절을 뒤로 하고 새로 거듭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이미 2006년 남아공 월드컵에 맞춰져 있다. iam905@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