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을 데려오면 어떨까?'. 시애틀의 지역지인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젠서'의 웹사이트에는 이런 주제의 토론방이 있다. 지난 2003년 당시 삼성 소속이던 이승엽이 56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뒤 만들어진 블로그가 여전히 살아 있다. 그해 10월 3일(현지시간) 생성된 블로그가 2년 반이 지나도록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이승엽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아시아 홈런왕이란 이력을 바탕으로 적잖은 빅리그팀들의 오퍼를 기다렸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다. 시애틀은 오퍼를 하지도 않았고 LA 다저스 등 몇몇 구단이 관심을 가졌으나 터무니 없는 몸값 제시로 이승엽에게 상처만 안겼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방향을 선회한 일본행. 이승엽은 와신상담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몰라보게 근육이 늘어났고 타격 기술은 진일보했다. 한국에서 324개의 홈런을 기록한 그는 일본에서도 77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정확히는 선행 주자의 루 공과로 판정돼 무효가 된 하나를 포함 78개다). 현재 페이스라면 시즌 50홈런도 무리는 아니다. 이 수치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일본 최고의 타자로 추앙받은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가 미국 진출 직전 기록한 홈런수가 바로 50개다. 마지막으로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2002년 그는 타율 3할3푼4리 50홈런 107타점이란 '괴물급'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는 3년 2100만 달러의 거액을 받고 화려하게 뉴욕에 입성했다. 이승엽의 올 시즌 뒤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건 그래서 자연스럽다. 이미 마쓰이와 같은 금액을 받을 만하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제기된 가운데 여러 팀들이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선택은 온전히 이승엽의 몫이다. 최근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인사는 "일본에서 이승엽은 신(神)"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지나가면 팬들은 자지러지고 입만 열었다하면 '키다리 마이크' 10여 개가 한꺼번에 달려든다. 기념비적인 400홈런을 친 날 일본 신문들은 일제히 "요미우리 구단에서 특별 격려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만하면 이승엽이 흔들릴 법도 하다. 빅리그 진출을 위해 중간 기착지로 선택한 일본이 어느덧 '약속의 땅'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일해협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에선 축하의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3년 전 만들어진 이승엽 블로그는 여전히 그의 진로를 묻고 있다. 일본에서의 영웅 대접을 뿌리칠 만큼 매력적인 조건이 제시될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엽의 마음을 되돌릴 만한 '정성'을 얼마만큼 일본측에서 보일지에 모든 건 달렸다. 이번 겨울 이승엽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까. 지금 한·일 양국 팬들은 그의 입이 열리기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