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자신의 15번째 영화 ‘한반도’를 들고나온 강우석 감독은 그동안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늘 일본을 이야기했다. “독도와 신사 참배 등 잊을만 하면 망언을 쏟아내는 일본을 제대로 한번 들이받고 싶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우석 감독이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한반도’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을 절대악이자 한국의 주적으로 다뤘다. 명성황후 시해장면과 고종의 독약 시해, 일본 외상이 청와대에서 한국 대통령에게 호통을 치는 장면 등 영화를 보는 우리 관객들에게 반일 감정을 한껏 고취시킬 내용들로 스크린을 채웠다. 그런 그가 지난달 30일 일본 NTV와의 인터뷰에서는 목소리 톤을 한껏 낮췄다. "'한반도'를 반일 영화로 단정짓는 건 잘못된 일이다. 이웃한 나라끼리 서로의 정서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는 한국이 지난 100년 동안 일본에 갖고 있던 슬픈 감정을 그리고 있다. 한국 근대사를 다룸에 있어 일본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며 “몇몇 일본 언론들은 '한반도'가 한국에서 반일 감정을 조장할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우리 사회가 영화 한편 때문에 그렇게 될 정도로 획일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마디로 ‘한반도’는 반일 영화가 아니라고 단정지은 셈이다. 숱한 한국 언론들과 영화 비평가들이 ‘한반도’의 폐쇄적 민족주의와 국가 지상주의, 막무가내식 반일 등을 비난하는 동안 강 감독은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게 뭐가 잘못이냐” “일본에 대해 할 말을 했다”고 반박해 왔다. 또 ‘한반도’의 영화 홍보가 국민들의 반일 정서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도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흥행 사례로 제작사는 일장기가 꽂힌 테이블에서 일본 각료 다섯 명이 머리 숙여 사과하는 사진 위로 '7천만 한반도인의 가슴을 통쾌하게 만들다!'는 일간지 광고를 내보냈다. 국민의 반일 감정에 흥행을 기댔고, 이에 보답한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다. 극중 대통령 안성기는 목이 터져라 외친다. “대한제국 주권의 상징이었던 국새를 찾아주십시오. 100년에 걸쳐 우리의 주권을 침해했고 또다시 침해하려는 일본을 세계의 법정에 세우겠습니다. 난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메가박스에서 영화를 지켜본 젊은이들이 안성기의 대사에 가슴이 후련해졌다고 하더라”고 했다. 일본 신문들과 교도, 지지 통신이 ‘한국과 일본의 대립을 그린 작품이 한국서 인기’‘강한 반일 감정을 표출한 영화’라고 볼멘 소리를 털어놓을 때 강 감독은 그의 ‘일본을 제대로 들이받은 영화’에 성원을 보내준 한국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그런 그가 정작 일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는 반일 영화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건 아이러니다. ‘우리는 한 번도 이 땅의 주인인 적이 없었다’고 영화를 통해 강변하던 그가 ‘한 일 사이의 슬픈 감정’을 운운한 건 애써 영화적으로 재미없는 드라마‘한반도’를 지켜봐준 관객들에게 분통 터질 일이다. 출연 배우들과 그 가족들까지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꼭 봐야할 영화"라고 하지않았던가. 7 mcgwire@osen.co.kr KnJ엔터테인먼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