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연기자 이문식(39)은 이제 살림이 폈다. 배고픈 연극배우를 시작으로 충무로에서 단역, 조연을 거친 그는 지난해 흥행작 '마파도'를 기점으로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요즘 충무로 주연급의 편당 출연료는 어림잡아 2~3억원 수준. 특급 대우인 5억원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이문식은 "한국영화 제작 현실에 비해서는 많이 받는 것"이라고 했다. 3일 '플라이 대디' 개봉에 맞춰 이문식을 만났다. "영화 '괴물' 관련 발언으로 인터넷에서 비난도 많더라"고 물었더니 "작은 영화들도 관객들에게 선택받을 기회가 주어져야한다는 취지에서 말했는데 내 의도가 왜곡된 것같아 당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이문식과 이준기가 주연한 '플라이 대디'는 7월 극장가를 휩쓸고 있는 '괴물' 돌풍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괴물' 스크린 수는 620개, '플라이 대디' 270개. 언뜻보면 270개 스크린은 적지않은 숫자다. 110억 제작비의 블록버스터 '괴물'과 비교해 작은 영화 개봉 스크린으로는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 주다. 임수정의 '각설탕' 공포영화 '스승의 은혜' 학원코미디 '다세포 소녀' 등이 연달아 개봉하는 시점에서 첫 주 스코어가 좋지않으면 스크린 수는 반토막, 아니 그 이하로 떨어진다. 입소문을 기다릴 처지가 못돼고 고생해 만든 영화가 한순간에 날아가버리는 게 블록버스터 흥행작과 맞서는 작은 영화들의 운명이다. 이문식은 며칠전 극장에서 '괴물'을 봤다 "잘 만들었더라"고 했다. "그래도 관객들이 극장에서 여러 종류의 영화 가운데 한편을 고를수 있도록 최소한의 선택 기회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발언 요지였다. 흥행배우로 소문났던 그가 '공필두'에 이어 '구타유발자들', 그리고 TV 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까지 헛스윙을 했다. "친구들이 문자로 안부를 물어올 정도"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번에 찍은 '플라이 대디'는 개인적으로 무척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은근히 홍보를 곁들였다. 소심하고 인생에 찌든 39살 가장의 이야기, 즉 자신의 삶을 영화로 찍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돈많이 버는 영화배우가 무슨 소리냐"고 따졌다. "저요. 연극할 때 연봉 200만원 정도 받았거던요. 영화 찍어 연봉 1000만원 버는 게 소원이었는데 '달마야 놀자' 출연으로 그 꿈을 이뤘어요. 그리고 결혼할수 있었죠. 그 전에는 돈이 없어 결혼을 포기하고 있었답니다". 이문식은 하룻밤 자고 일어나 스타가 된 인물도 아니고, 영화 한편 찍어서 돈방석에 앉지도 못했다. 십수년 밑바닥 생활 끝에 살만한 연기자로 자리잡은 그의 얼굴에는 구비 구비 인생 역경이 새겨져 있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