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한 달 넘게 나오지 않던 홈런이 '남의 잔칫날'에 터질 줄은 본인도 몰랐을 듯하다. 2006년 8월 5일은 한화 송진우(40)가 아닌 삼성 양준혁(37)이 또 하나의 기록을 작성한 날로 야구사에 남게 됐다. 이날 양준혁은 2-0으로 앞선 6회 송진우로부터 우월 투런홈런을 작렬, 시즌 10호째를 마크했다. 데뷔 시즌인 1993년 이후 올해까지 한 번도 빼먹지 않고 14년 동안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양준혁은 8회에도 적시타를 치며 타선을 이끌었다. 이날 양준혁의 한 방은 팀이 6-0으로 승리하는 데 결정타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었다. 양준혁의 활약에 힘입은 삼성은 3연승을 거두며 2위 한화와의 승차를 6경기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스포트라이트가 갑자기 자신에게 몰렸지만 양준혁은 담담했다. "홈런 기록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며 "이상하게 꼬여서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송진우 선배가 200승 달성을 바라본 날 홈런을 친 점이 미안하다. 진우 형 공이 좋으므로 조만간 기록을 달성할 것 같다"며 선배에 대한 예의를 차렸다. 양준혁은 송진우와 함께 각종 기록을 경신해가는 '기록 제조기'다. 그는 이 같은 비결을 '노력의 결과'라고 풀이했다. "감히 진우 형과 나를 비교하긴 어렵다"면서 "둘다 투혼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는 점은 자부한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낙 다양한 기록을 세웠기 때문인지 그는 특별한 개인 목표가 없다고 했다. "그저 3번타자로서 출루 많이 하고 팀이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이런 데 주안점을 두고 경기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날 일본 도쿄에선 삼성 후배인 이승엽(30.요미우리)이 시즌 35호 홈런을 때려냈다. 경기 도중 소식을 들었다는 그는 "승엽이는 워낙 좋은 선수여서 통산 500호는 물론 세계 기록도 깼으면 좋겠다. 한국 야구 위상을 최대한 높였으면 한다"고 후배의 선전을 기원했다. workhorse@osen.co.kr 양준혁이 투런홈런을 날린 뒤 유중일 3루코치의 환영을 받으며 홈인하고 있다./대전=김영민 기자 ajyoung2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