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요미우리 이승엽(30)은 지난 1월 도박을 감행했다. 잔류하기로 합의한 지바 롯데가 아닌 요미우리로 방향을 틀었다. 주변의 시각도 그리 따뜻하지는 않았다. 이승엽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미안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의 도박은 결과적으로 화려한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이승엽은 올해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붙박이 4번타자로 출전했다. 밸런타인 감독이 지휘하는 롯데에 남았다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좌투수가 나오면 벤치를 지켰을 것이다. 밸런타인 감독은 상대 투수에 따라 타선에 변화를 주는 ‘밸런타인 시프트’로 지난해 일본시리즈를 거머쥐었다. 아무도 밸런타인을 비판하지 못했기 때문에 롯데에 남아 있었다면 현재의 35홈런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승엽은 요미우리에서 하라 감독의 눈에 들어 개막전 4번타자로 기용돼 홈런을 터트렸다. 요미우리의 71대 4번타자가 된 계기는 지난 3월 WBC 대회서의 맹활약이었다. 5개의 홈런을 터트려 하라 감독의 머리에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승엽은 개막전부터 홈런을 쏘아올려 하라 감독의 믿음에 확실하게 답했다. 이승엽 자신에게도 도박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이승엽은 승승장구, 요미우리의 간판타자가 됐다. 홈런 1위(35개) 득점 1위(77득점) 최다안타 1위(124개) 타율 2위(.326) 타점 3위(75점) 등 주요 공격 타이틀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으며 센트럴리그 최고타자가 됐다. 요미우리는 ‘그의 말이 곧 법’인 와타나베 회장의 특명을 받아 내년 시즌 이승엽 잔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뉴욕 양키스 등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군침을 흘린다. 그저 적당한 대우가 아닌 VIP급 대우를 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만일 지난 1월 지바 롯데에 잔류했다면 이승엽은 어떻게 됐을까? 과연 지금처럼 자신의 야구인생 가운데 최고의 기회를 맞이했을까? 이승엽은 스스로 선택을 했고 성공했다. 그래서 인생을 도박이라고 하는 듯하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