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성-최승환, '판박이 야구 인생' 화제
OSEN 기자
발행 2006.08.08 10: 21

성과 나이는 물론 학력과 경력도 판박이인 두 LG 선수의 인생 역정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다름아닌 배재중-배재고-연세대 동기인 최길성과 최승환이 그 주인공. 최길성이 중대초등학교, 최승환이 둔촌초등학교를 나온 것만 다를 뿐이다. 나란히 78년 2월생에 키도 186cm로 같고 몸무게도 둘다 90kg대다. 배번도 최길성이 23번, 최승환이 24번으로 하나 차이다. LG의 오른손 거포 공백을 메워주며 붙박이 1루수가 된 최길성은 이미 공수에서 양승호 감독 대행의 눈도장을 받은 상태. '2군 홈런왕'이란 딱지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이젠 잠실 팬들의 성원을 한 몸에 받으며 '간판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시즌 타율 2할8푼2리에 2홈런 15타점, 그리고 탁월한 수비실력을 바탕으로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최길성과 함께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가 포수 최승환이다. 걸어온 삶 자체가 최길성과 '쌍둥이'인 최승환 역시 풀타임 주전 포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2000년 LG 유니폼을 입은 최승환은 지난해까지 6년간 말 그대로 '가시밭길'을 헤쳐왔다. 입단 첫 해 2경기에 출전한 뒤 이듬해 상무에 입대, 군복무를 마친 그는 2003년 LG에 복귀했다. 2000년 해태에 입단한 뒤 2001년 LG로 트레이드돼 2002년 입대한 최길성과 상무서 다시 만난 뒤 2004년부터는 LG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그러나 이들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LG에 없었다. 포수인 최승환이 설 자리는 더욱 없었다. '앉아쏴' 조인성, 베테랑 김정민이 버티고 있는 1군 포수진은 난공불락이었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그를 덜컥 안방마님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 그렇게 그는 인고의 세월을 견뎠다. 포수 치고는 타격 능력이 쏠쏠해 몇 번 트레이드 제의도 있었지만 LG는 그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최승환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독기를 품었다. 지난 하와이전훈 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에 열중했다. 순발력 강화를 위해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한편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체지방을 대폭 줄였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 엔트리가 발표되자 그는 고개를 숙였다. 1군 명단 어디에서도 그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포수로서 한 번도 1군 경기에 선발 출장하지 못한 한이 올해에도 계속되가 했다. "이게 마지막인가"라는 좌절감에 야구를 그만둘 생각도 심각하게 해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야구를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다시 2군에서 희망만을 품으면서 1군 진입의 꿈을 꿨다. 그러자 생각지도 않게 때가 왔다. 조인성의 백업으로 1군에 승격된 뒤 조인성이 2군으로 내려간 최근에는 아예 LG의 안방마님 자리를 꿰찼다. 탁월한 볼배합은 물론 블로킹 능력에서 합격점을 얻은 결과다. 타격 능력도 서서히 과시하고 있다. 지난 6일 잠실 두산전에서 쐐기타를 터뜨리는 등 하위타선의 중심 노릇을 해나가고 있다. 둘은 이제 우리식 나이로 30을 바라보고 있다. 프로 입단 뒤 겪은 모진 시련과 고통에서 벗어나 이제야 날개를 퍼덕일 단계까지 도달했다. 수많은 번민의 시간을 뒤로 하고 묵묵히 때를 기다린 결과 여기까지 오게 됐다. 90년 배재중 1학년 때 처음 만나 프로 선수가 된 뒤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다 이제 나란히 팬들의 갈채를 받고 있는 '양최(兩崔)'의 16년 친구 스토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팬들은 이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workhorse@osen.co.kr 최길성-최승환(왼쪽 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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