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을 잡아라’. 수 년 내 한국에도 전천후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돔구장’이 생길 전망이다. 성남시는 시장의 선거 공약 중 하나였던 돔구장 건설을 위한 부지조사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서울시에도 동대문구장 주변을 돔구장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5000억 원을 넘는다는 건축 재원만 민자 유치 등으로 마련되면 한국 야구팬들도 돔구장에서 안락하게 야구를 즐길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비가 오거나 추위 등 악천후에도 아랑곳 없이 야구는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돔구장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관람석의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거기에 또하나의 폭발력을 갖고 있는 것이 돔구장이다. 돔구장이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 강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한국야구 판도를 재편하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전망이다. 신생 구단이 생길 수도 있고 지방 구단이 수도권으로 입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고 몇 년 후에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김칫국부터 마시기’일 수도 있지만 돔구장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프로야구계 최대 현안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프로야구판 전체를 요동치게 만들 수 있는 게 돔구장이다. ▲성남에 건설되면 '회오리'가 일어난다 폭발력은 서울 동대문에 생기느냐, 성남시에 생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성남시에 돔구장이 건설되면 야구판은 그야말로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돔구장’을 어느 팀이 홈구장으로 쓸 것인지 놓고 각 구단간 힘겨루기에 나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일단 성남시에 돔구장이 생기면 인천 경기 강원의 광역 영업권을 갖고 있는 기존 구단인 SK 와이번스에게 선택 우선권이 있다. 현재도 최신식 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을 독점적으로 쓰고 있는 SK로선 또 하나의 선물이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SK로서도 섣불리 성남 돔구장을 홈으로 쓰기가 어려울 수 있다. 엄청난 재원이 투자된 돔구장을 SK의 제2 홈구장 정도로만 활용하기에는 낭비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SK로선 홈경기의 절반 내지는 ⅓ 정도를 성남 돔구장서 소화하는 게 최상책이지만 나머지 구단들이 이 방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숙원 사업인 ‘돔구장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는 KBO도 돔구장을 한 구단의 제2 구장으로 활용하는 것보다는 서울 잠실구장이나 일본 도쿄돔처럼 2개 구단이 홈구장으로 적극 활용, 1년 내내 팬들을 끌어모으는 것을 최선의 방안으로 여기고 있다. 도쿄돔은 2년 전만 해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니혼햄 파이터스가 공동 홈구장으로 활용했다. 지금은 니혼햄이 삿포로로 옮기고 이따금씩 경기를 치러 요미우리가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성남 돔구장도 2개 구단의 붙박이 홈구장 내지는 8개구단 공동 홈구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이 참에 돔구장을 신생 구단 창단의 미끼로 적극 활용, 10개 구단이 펼치는 양대리그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야구계에 설득력 있게 돌고 있다. 공동 홈 방안의 경우 이미 프로축구와 농구가 서울을 그런 식으로 활용한 전례가 있다. 지금은 서울 연고구단이 생겼지만 초기에는 공동 홈으로 서울을 비워놓고 있었다. ‘최고의 파이’인 돔구장을 놓고 구단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설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8개구단 공동홈’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책일 수 있다.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만 현재 LG와 두산이 잠실구장 운영본부를 설립해 공동 운영하듯 돔구장도 8개구단이 공동 운영하면 큰 문제는 없다. 아니면 기존 2개 구단이 대가를 지불하고 함께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한편 2개 구단이 비우게 되는 도시에 신생 구단을 창단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우선권이 있는 SK가 문학구장을 비워주고 돔구장으로 아예 홈을 옮긴다고 하면 다른 구단들이 막을 명분이 약하다. 그렇게 되면 문학구장에 기존 구단이나 신생팀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돔구장을 SK 혼자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엄청난 건설비가 소요된 돔구장을 한 구단이 시즌 중 절반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결국 SK 외에 한 구단(기존 구단 내지는 신생 구단)이 들어가 공동홈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성남에 돔구장이 생긴다면 야구판에는 한바탕 회오리가 일어날 것이 확실하다. 자칫하면 기존 구단들이 기존 연고지를 떠나 돔구장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에 따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동대문에 생기면 잠실 주인은 누구? 동대문에 돔구장이 생기면 당연히 현재 서울 구단인 두산과 LG가 우선 입주권을 갖는다. 연고 지역에 생기는 구장이므로 양 구단에 우선권이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른 구단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으나 양구단이 우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양 구단은 잠실구장을 비우고 돔구장으로 이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돔구장으로 안갈 수도 있지만 최신식 홈구장인 돔을 포기할 구단은 없어 보인다. 결국 LG와 두산 양 구단이 잠실처럼 동대문 돔구장을 양분해 홈구장으로 활용하게 되면 빈 잠실구장의 활용을 놓고 나머지 구단간의 대결이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서울 연고권을 갖고 있으나 재원과 구장 확보가 안돼 수원에 머물고 있는 현대가 잠실구장 주인으로 입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가 두산과 LG 양 구단에 주기로 한 연고지 보상금 55억 원을 지불하면 잠실구장 입성을 막을 수 없다. 그래도 남은 한 자리는 기존 구단 혹은 신생 구단의 차지가 된다. 시장이 가장 큰 서울에서 잠실구장을 한 팀이 단독 홈구장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아깝기 때문이다. 물론 LG와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이 ‘돔구장은 별개’라며 성남에 돔구장이 건설되는 경우처럼 ‘공동 홈구장’ 방안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지방 구단들은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서울이나 수도권 구단이 운이 좋아서 연고지를 좋은 곳을 차지했을 뿐이다. 우리가 원해서 지방을 연고지로 삼은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로 서울 양 구단의 돔구장 무혈입성을 저지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프로야구판에 한바탕 파도가 몰아치게 된다. 구단간의 ‘돔구장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돔구장이 생기면 프로야구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연고지 문제만 잘 조정하면 돔구장으로 인해 신생 구단이 생겨 판이 더 커질 수 있고 돔구장으로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어 인기 스포츠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굳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야구에서 ‘돔구장 효과’다. 한국야구판을 재편할 수도 있는 돔구장이 하루 빨리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sun@osen.co.kr 도쿄돔 외부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