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상, "아버지, 30만원 잊지 않으셨죠?"
OSEN 기자
발행 2006.08.08 22: 13

"첫 홈런이 이럴 때 나올 줄은 결코 몰랐어요". 첫 홈런을 친 기분은 어떨까. 그것도 경기의 승부를 가르는 결승 홈런이라면. 여기에 대타로 나서 때려낸 시원한 투런포라면. 더구나 팀의 4연승을 확정하는 홈런포라면. 그 기분은 굳이 말로 듣지 않아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터. 하늘을 나는 기분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박재상의 기억에 2006년 8월 8일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날이 됐다. 이날 잠실 두산전 8회 대타로 등장한 그는 우월 투런아치를 그려내며 팀의 3-1 승리를 자신의 두 팔로 이루어냈다. 1사 2루 상황이어서 안타 하나만 나와도 충분히 만족할 만했지만 아무도 예상 못한 최상의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지난 2001년 서울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문한 박재상은 이날 경기 전까지 단 1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2002∼2004시즌을 상무서 보낸 것을 제외하면 3시즌 동안 합계 67경기서 타율 2할4푼4리에 그쳤다. 그러나 자신의 데뷔 첫 홈런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쳐내면서 그는 '최고의 날'로 이날을 기억하게 됐다. "풀카운트여서 직구를 예상했는데 그게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홈런 상황을 설명한 그는 "짧게 친다는 생각이 주효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박재상은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8경기에 출전,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하며 교타자로 거듭나고 있다. 비결은 짧은 스윙에 있었다. "지난해 2군에서 중장거리 타자처럼 휘둘러댔는데 올해 황병일 타격코치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짧게 치는 스타일로 바꿨다. 덕분에 배트 스피드가 늘어나면서 정확한 타격이 가능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조범현 감독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빼놓지 않았다. "올해 출장 기회를 많이 주셔서 경기 감각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플래툰 좌익수로 나서고 있지만 경기 후반에는 대타로 기용되고 있어 감각을 유지하는 데 그다지 지장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말의 아쉬움도 있었다. 집이 서울인데 이날 선발이 좌완 이혜천인 탓에 선발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짐작하고 부모님의 야구장 나들이를 만류한 것. 공교롭게도 부모님이 오시지 않은 날 프로 첫 홈런이 터지면서 그는 본의 아니게 불효(?)를 한 셈이다. 박재상은 "아버지가 올 시즌 전 홈런 하나를 칠 때마다 30만 원씩 주시기로 했다. 비록 첫 홈런은 직접 못 보셨지만 이제라도 집에 가서 돈을 달라고 어리광을 부려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workhorse@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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