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의 기운이 한껏 감둔 12회. 1사 만루에서 들어선 두산 새내기 민병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는 카브레라의 힘 실린 직구에 방망이를 갖다 댔다. 타구는 다소 짧은 중견수 플라이. SK 중견수 김강민이 잡자마자 홈으로 던졌지만 3루주자 나주환은 홈으로 쇄도했고 공보다 먼저 홈플레이트를 터치했다. 두산이 4시간 40분 가까운 접전 끝에 SK를 물리쳤다. 두산은 이날 3-2로 승리하면서 6위 SK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다시 벌리는 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양팀 합쳐 모두 11명의 투수가 동원됐다. 리오스-정재훈-김덕윤을 내세운 두산과 달리 SK는 무려 8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벌떼 마운드로 맞섰다. 선취점은 SK가 냈다. 2회 1사 후 이진영이 상대 선발 리오스로부터 우월 솔로포를 때려내 기세를 올렸다. 파죽의 4연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SK 덕아웃에 고조된 순간. 두산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2회말 홍성흔의 2루타와 희생번트, 나주환의 좌전 적시타로 1-1. 두산은 3회에도 기세를 이어갔다. 이종욱이 삼진으로 물러나자 장원진이 세라노로부터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려 역전을 이룬 것. 마운드의 리오스는 신나게 던졌다. 경기 전까지 방어율 3위(2.80)의 빼어난 성적에도 7승 10패에 그쳤던 아쉬움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듯했다. 1, 3, 7회를 삼자범퇴 처리하는 등 8회 2사까지 탈삼진 9개를 빼앗으며 줄기차게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SK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8회 2사 상황서 정근우가 우전안타와 2루도루로 득점권에 진출하자 전날 결승 투런홈런의 주인공 박재상이 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3루타로 동점타를 때려내 승부는 다시 원점. 두산은 9회부터 마무리 정재훈, 12회에는 김덕윤을, SK는 세라노에 이어 이영욱 박희수 윤길현 정대현 정우람 조웅천에 카브레라까지 동원했지만 경기 후반부터 시작된 0의 행진은 끝날 줄 몰랐다. 그러나 12회말 선두 나주환이 우전안타를 때려내면서 두산 벤치가 밝아졌다. 1사 뒤 임재철이 좌전안타를 쳐 1사 1,2루. 이종욱은 투수강습 내야안타로 결승점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민병헌이 희생플라이를 쳐내면서 경기는 두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루측 덕아웃의 두산 선수들이 모조리 뛰어나와 환호성을 외친 건 물론이다. 이날 경기 시간은 4시간 39분이었다. workhorse@osen.co.kr 두산의 연장 12회말 1사 만루에서 끝내기 중견수 플라이 아웃으로 결승 타점을 기록한 민병헌(왼쪽)이 결승 득점을 올린 이종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잠실=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