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스, '투수는 승수로 평가하면 안돼'
OSEN 기자
발행 2006.08.10 10: 52

두산 리오스는 올 시즌 불운하다. 지난 9일 경기 전까지 방어율(2.80) 3위의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고작 7승에 머물렀다. 오히려 두 자릿수 패배(10패)를 기록할 정도로 지독하게 승운이 없었다. 거의 매 경기 7∼8이닝을 책임져주지만 그만 나서면 타선이 물먹은 방망이 꼴이 된 탓이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할 바에는 자기 힘으로 승리를 따내는 수밖에 없다. 실점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이닝을 최대한 많이 소화해야 한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리오스는 에이스의 소명을 다하면서 오랜만에 승리를 추가하는 듯했다. 이날 잠실 SK전에서 리오스는 7회까지 상대 타선을 단 2피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초반 선취점을 내줬지만 타선이 곧바로 역전에 성공해 승리를 눈 앞에 뒀다. 지난달 25일 잠실 LG전 이후 보름만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운명의 8회말. 2사 후 정근우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아니니 다를까 후속 박재상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얻어맞고 리드를 날리고 말았다. 결국 2-2 동점을 허용한 그는 9회부터 정재훈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이날 투구를 마쳤다. 7월 이후 등판한 7경기서 단 1승에 그친 아쉬움을 이날도 씻지 못한 것이다. 리오스는 '무쇠팔'이다. 올 시즌 모두 2388개의 공을 던져 단연 이 부문 1위다. 당연히 투구 이닝(162⅓이닝)도 가장 많다. 탈삼진(94개) 부문에서도 5위를 마크하고 있다. 그러나 다승 부문에선 공동 10위에 불과하다. 이만 하면 그가 등판을 마친 날 "리오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김경문 감독이 빼놓지 않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조범현 SK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리오스가 운이 참 없다. 여러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떤 한 시즌 승운이 유독 없는 투수가 있는데 올해 리오스가 그런 케이스"라고 말했다. 불운이 계속되고 있지만 리오스는 개의치 않는다. "팀이 이기는 게 최우선 목표이고 자신은 그저 승리의 토대를 마련하는 임무를 맡았을 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이날 경기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두산이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8이닝을 던진 리오스, 3이닝을 책임진 정재훈이 아닌 마지막 12회에 등판, 1이닝만 책임진 김덕윤이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투수의 승리 기록은 이래서 믿을 게 못된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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