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국의 생존 조건, '박주영을 넘어라'
OSEN 기자
발행 2006.08.10 19: 11

결국 피할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대표팀의 핌 베어벡 감독은 FC 서울에서 이들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패트리어트' 정조국(22)과 '축구 천재' 박주영(21.이상 FC 서울)의 얘기다. 베어벡 감독은 오는 16일 열릴 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을 앞두고 10일 20명의 엔트리를 발표했다. 이 중 공격진에 서울의 양대 스트라이커인 정조국과 박주영을 나란히 선발했다. 정조국과 박주영은 각각 2002년과 2004년 청소년 대표팀을 아시아 정상으로 이끈 선후배 사이. 이후 서울에 입성해 '동침'에 들어갔다. 하지만 둘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공존할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투톱 시스템을 쓰고 있는 서울에서 이들은 주로 김은중의 파트너로 번갈아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서로를 넘어서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놓여 있는 것이다. 원톱이 가동되고 있는 대표팀에선 더욱 심하다. '베어벡호'에는 이들을 비롯해 독일 월드컵에서 교대로 경기에 나선 안정환과 조재진(시미즈) 등 '거대한 벽'이 자리잡고 있다. 대표팀에서는 박주영이 윙 포워드로 출전하고 있어 정조국과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잡히진 않지만 '잠재적인 경쟁자'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 박주영이 독일 월드컵 무대에 당당히 누빈 것과 달리 정조국은 엔트리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한 발씩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박주영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빛'을 보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 베어벡 감독은 정조국에 뼈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정조국은 정말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다. 왼발과 오른발을 다 쓸 줄 알고 의지도 뛰어나다. 또 빠르고 득점력도 좋다"고 칭찬을 늘어놓은 베어벡 감독은 이내 "다만 치열한 포지션에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정조국에 남은 숙제는 소속팀인 서울에서 입지를 강화해 매 경기 선발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정조국을 훈련생으로 데려갔을 때나 지금이나 '변치않는 사랑'을 보내고 있지만 주어진 자리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으며 더는 기다려주지 못하겠다는 게 베어벡 감독의 의중이다. 정조국은 올 시즌 전기리그에서 박주영에 밀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월드컵 기간 국내에 있으면서 심기일전, 박주영을 그 자리에 앉히고 주전으로 나서면서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서울의 이장수 감독도 "주전 공격수는 확정되지 않았다.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나간다"며 경쟁 체제로 몰고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조국의 '생존 조건'은 분명해졌다. 후배인 박주영을 넘어서지 못하고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출전은 희미해진다. 정조국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iam905@osen.co.kr 파주서 나란히 훈련 중인 정조국(왼쪽)과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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