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도 더위를 먹은 건가. 10일 롯데-현대전이 열린 부산 사직 구장. 경기가 시작되기 전 현대 선수단 훈련시간 때 현대 덕아웃 감독석 뒤에 있는 냉장고에는 음료수 대신 글러브 한 개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과연 글러브의 주인공이 누구일까에 김재박 감독을 비롯한 현대 코치들과 기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글러브 크기가 작은 것으로 보아 내야수 글러브인 것으로 짐작만 될 뿐 이름이나 번호가 새겨져 있지 않아 주인의 정체는 묘연했다. 모여 있던 사람들이 숨은 주인공 찾기에 한마디씩 했다. 먼저 내야수들 중 엉뚱한 행동을 잘하는 3루수 정성훈이 제일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현대 구단 직원도 "3루수 정성훈의 것으로 보인다"고 한마디 했다. 하지만 명유격수 출신인 김재박 현대 감독은 글러브를 만져보더니 "3루수 글러브는 이것보다 더 크다. 크기로 보아 유격수용 글러브 같다. 가죽이 잘 길들여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보통 글러브 2개씩을 갖고 다니는데 여름철에는 땀이 많이 나면 번갈아 사용한다"며 유격수인 채종국이나 차화준을 후보로 꼽으며 연차로 보아 "채종국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분석했다. 급기야 구단 직원이 덕아웃 근처에서 몸을 풀고 있던 채종국에게 달려가 진상 파악에 나선 끝에 주인공은 채종국으로 밝혀졌다. 채종국은 "무더위에 글러브가 눅눅해지고 늘어져서 기합을 넣기 위해 차가운 냉장고 속에 넣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김 감독은 "글러브 보다는 사람이 정신을 차려야지. 네가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와라"라고 한마디 던졌다. sun@osen.co.kr 채종국.
